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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문창극 총리 내정자 "일제 36년은 하나님의 뜻"

-문창극 내정자 2011년 강연 동영상 공개

[취재파일]문창극 총리 내정자 "일제 36년은 하나님의 뜻"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는 언론인 출신입니다. 다른 직종 출신 총리 후보자에 비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글과 기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총리 내정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비교적 많은 편인 셈입니다.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서 문 내정자의 칼럼을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총리 내정자가 발표된 직후부터 문창극 내정자의 평소 생각과 행적에 대해 문 내정자가 남겨놓은 기록을 중심으로 취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창극 내정자가 2011년 6월 한 교회에서 했던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교회 신도 2,300명이 참석한 예배에서 이뤄진 강연이었습니다. 해당 교회에서는 이 동영상을 누구나 볼수 있도록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해놓았습니다. 저 역시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교회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찾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살펴 봤습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의 제목은 "기회의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였습니다.

문창극 총리 내정자는 강연 서두에서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럼 하나님은 과연 대한민국에 무슨 뜻을 가지고 계신가 하는 것을 저 나름대로 찾아보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1890년에 선교사들이 와서부터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하나님을 알게 됐다"며 "1890년 이후 지금까지 이 나라가 어떻게 전개되었느냐 하는 것을 우리가 훑어보면 그 안에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거야"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보기에 선교사들이 기독교를 전하기 전까지의 우리나라는 "공짜로 놀고 먹는 게 아주 그냥 몸에 박혀 있었다는 이런 나라"였습니다. 문 후보자는 강연에서 이런 말들을 합니다.

"우리나라 이조 말기 민족들의 피에는 공짜로 놀고 먹는게 아주 그냥 몸에 박혀 있었대요. 하튼, 이런 이런 이런 나라였어요.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하고... 그런데, 그런 나라에 선교사들이 와가지고 이게, 변화를 시킨거야"

"우리가 이렇게 게으른 가운데, 기독교로 우리가 개종을 하고 우리가 하나님 뜻에 맞게 살게 작정을 하고 난 다음에 이렇게 달라지는 거예요."

"하튼 게으른, 게으른, 조선민족의 상징은 아까 말씀드렸지만 게으른거야. 그런데 그런 게으른 것을 우리 기독교 정신이 들어와서 깨자고 한 것이 우리 기독교입니다."

● 식민지 36년, 분단, 6.25는 "하나님의 뜻"

인용한 발언들에서 드러나듯이 문창극 내정자는 게으른 우리 민족이 선교사들이 전한 기독교 정신을 통해 교화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민족은 1890년 기독교 정신의 전파 이후에도 일본의 식민 지배 36년, 남북 분단, 6.25 같은 민족적 비극과 시련을 겪어야했던 것일까요? 문창극 총리 내정자는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일제 36년, 분단, 그리고 6.25는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겁니다. 문창극 내정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왜 그럼, 우리 나라를 보호해주셨으면은 일본한테 합방하지를 않게 하시지,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이렇게 당하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이렇게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근데 저는 아까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거야. 우리한테 (하나님이)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을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이 시련이 필요하다. 너희들은 고난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한테 고난을 주신 거라고 저는 생각해."

"우리가 36년을, 40년을 우리가 광야에서 방황을 했는데, 잘 살아야 되는데, 또 하나님은 시련을 주신거야. 분단이야, 분단. 남북 분단을 만들게 해주셨어. 그것도 지금 와서 보면 저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봐요. 그 당시 아까 얘기했죠. 그 당시, 아까 얘기했죠, 조선 지식인들이라는 것은 다 거의 공산주의 사상에 가깝게 있었어요. 만일 그 때 통일 한국을 주셨으면 한국은 공산주의가 되는 거예요."

"하나님의 뜻으로 보면 '너희들은 내가 불쌍해서 독립을 시켜줬지만은 앞으로도 너희들은 더 고난의 길을 갈 수밖에 없어. 아직도 너희의 그 게으름, 죄, 깨끗하게 안 된거야' 분단을 시킨 거예요. 분단을 시킨 것이 지금 와서는 오히려 우리한테. 분단이 됐기 때문에 한국이 이 정도 살게 된 거예요."

"하나님은 '너희들은 안 되겠다. 다시 고난을 더 가져라' 그래서 분단을 시켰어. 그것 뿐입니까? 6.25까지 주셨어. 6.25까지 주신거야. 우리 생각에는 '야~ 하나님 참 너무하다. 이럴 수가 있냐? 어떻게 6.25를 우리에게 주셨습니까?' 저는 이렇게 얘기하면 '지가 죽지 않았으니까 말야, 6.25를 저렇게 미화한다' (할지도 모르지만) 6.25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단련이 된 거예요. 6.25가 있었기 때문에."

강연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리 민족은 게을렀지만 선교사들이 기독교 정신을 전파하며 교화되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부족해 일제 36년, 분단, 6.25라는 시련을 주셔서 단련시킨 것,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게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주장입니다.

문창극 연합

● "(미국의) 이런 은혜를 잊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문창극 내정자는 2011년 6월 교회 강연에서만 이런 주장을 편 것이 아닙니다. 문 내정자는 이른바 '아프간 선교사 피랍 사건'으로 시끄럽던 2007년 9월 기독교 관련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에서도 문 내정자는 "더럽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조선을 선교사들이 와서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미국과 관련된 언급도 눈에 띕니다. 6.25 직후에는 미국에게 큰 빚을 졌다며 "이런 은혜를 잊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칼럼의 해당 문단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우리는 1백 년 전 개화기에 외국 선교사에 빚을 졌다. 더럽고, 가난하고, 버림받은 조선을 선교사들이 와서 사랑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근대화와 독립은 선교사의 역할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연세대, 이화여대, 세브란스 병원 등 교육과 의료기관은 물론 3.1 독립운동 등 기독교의 역할은 막대했다. 그 뿐 아니다. 6.25 전쟁 이후 우리가 미국에 진 빚을 생각해 보라. 밀가루, 옥수수 가루, 분유, 하다 못해 크레용까지 우리는 미국 사람들이 보낸 준 구호물자로 연명하며 일어섰다. 미국 사람들이 먹고 살게 넘쳐나서 도와준 것이 아니다. 그들은 계란 한 개 덜 먹고,우유 한 컵 덜 마시고, 학용품을 아껴서 우리에게 보내 준 것이다. 그런 사랑에 힘입어 우리가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국이 된 것이다. 이런 은혜를 잊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그 때 진 빚을 갚고 있는 것이다."

[빛과 소금] 2007년 8월호, "아프간 인질 사태는 시대의 표징" 中


● "중국의 민주화, 중국의 자유화를 위해 기도해야 돼"

문창극 내정자는 또 2011년 교회 강연과 각종 칼럼을 통해 중국과 미국에 대해 뚜렷히 대비되는 인식을 다시 한 번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2011년 6월 교회 강연 동영상에서 문 내정자는 "중국의 민주화, 중국의 자유화를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의 민주화 중국의 자유화를 위해서 우리가 기도해야 돼. 아까 왜 우리가 그게 필요한지는 제가 말씀드렸죠? 중국이 우리한테 굉장히 중요한 나라가 됐어. 이런식으로 지금식으로 가면 조선반도 이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몰라. 중국의 자유화와 민주화가 있고 중국의 기독교화가 이뤄져야돼. 중국의 기독교화가 이루어지면 우리나라의 통일은 자연히 되고 중국의 민주화도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 "하나님을 믿는 나라끼리 동맹국이 되는 것이 하나님 뜻에 합당"

반면 문 내정자는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2006년 9월 [빛과소금]에 기고한 칼럼에서 "하나님을 믿는 나라끼리 동맹국이 되는 것이 하나님 뜻에 합당한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사실상 동맹을 할 수 없는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크리스천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미국은 한국에 최초의 선교사를 보냈고 그 선교사들의 순교의 피와 땀으로 이 나라가 이 정도로 살게 되었다. 미국은 이 나라에 결코 영토적 욕심을 낸 적이 없었다. 중, 일, 러시아는 구한말 조선을 지배하려 했던 세력이다. 로마 이후 지구상에 많은 제국이 있었지만 미국만큼 아량을 가진 나라도 없었다. 우리가 미국과 동맹의 끈을 놓는다면 중국과 동맹을 할 건가, 러시아나 일본과 할 건가. 조그만 나라인 한국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맹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 세력에게 먹힐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믿는 나라끼리 동맹국이 되는 것이 하나님 뜻에 합당한 것이다."

[빛과 소금] 2006년 9월호, "문창극의 세상 읽기 - 프로페셔널 외교를 기대한다" 중에서



● 총리 내정자의 공개 발언은 국민이 알아야 할 판단 근거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발언들을 소개하는 것은 개인의 종교관을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문 내정자가 그저 한 명의 언론인으로 머물러 있었다면, 저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는 그의 생각을 알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국의 총리 내정자가 된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 특히 역사나 정치 같은 공적 의제에 대한 발언은 그 자체로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중요한 정보입니다. 문 내정자의 강연 동영상과 칼럼을 비교적 길게 인용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번에 공개한 문창극 내정자의 강연과 칼럼을 통해 국민들이 총리 내정자가 어떤 생각을 가진 인물인지 판단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근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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