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다 떨어졌는데 여기서는 구할 길이 없네…. 담배 한 개비만 주소."
29일 오전 세월호 침몰 현장에 정박한 바지선에서 민간잠수사는 손을 내밀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바지선 구석 빈자리나, 냉장고와 각종 작업도구가 쌓인 작은 창고 공간은 잠수복을 착용한 채 간이 의자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벽을 응시하면서 쉬고 있는 해경 잠수대원들로 가득 찼다.
그들 뒤쪽으로는 라면과 바나나 껍질이 대부분인 음식물 쓰레기통, 인스턴트 식품과 과자류의 포장지가 작은 더미를 이루며 쌓여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게 놓인 의자에는 각각 팀을 이룬 2명의 잠수사들이 수십㎏의 잠수장비를 착용한 채 대기했다.
아직 정조 시간도 아닌데 이렇게 대기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조 시간이 유동적이라 1분이라도 빨리 잠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쪽에서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질책을 듣고 있었다.
"진입시간을 최대한 줄여! 빨리 진입해야 한다." 해군 잠수통제관은 "상승 보고도 생략해! 시간을 줄여라.
머뭇거리지 말고 수중에서 판단해 신호 주면 바로 상승이다"라며 1초라도 진입시간을 줄이자고 독려했다.
약 30여분 뒤 언딘의 잠수작업용 바지선을 떠나 해경 경비정에서 바라보니 담배를 얻어 피우던 잠수사가 노란 공기공급 호스를 입에 물고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잠수사는 세월호 5층 로비 공간에서 시신 10여구를 수습했다.
바지선에서 만난 해경 양철중 경장은 "시신을 발견하면 구명조끼를 잡아 끌어내거나 껴안고 나와 동료에게 건넨다"며 "조류에 유실되지 않도록 허벅지에 끼어 나오는 식으로 나온다"고 전했다.
해군은 "학생들이 침몰 당시 물이 들어오면서 본능적으로 선체 상부 쪽으로 피신했을 것으로 추정해서 5층의 로비와 특실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장이 바닥으로 변하는' 다급한 상황에 '하늘' 쪽인 5층으로 피신한 이들 중에는 단원고 남학생도 다수 있었다.
그들이 본능적으로 기어오른 곳이 순식간에 바다 쪽으로 뒤집혀 침몰하는 영상이 이날 추가 공개돼 안타깝게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언딘의 바지선 주변 1마일 주변에는 다이빙 벨 시험운행을 마치고 정박을 위해 다가온 이종인 대표의 알파 잠수 바지선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까지 거센 파도와 조류로 한 차례 정박실패 후 다시 후퇴해 성난 파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진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