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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바마 방한에 고춧가루 뿌릴라"…깊어가는 정부 고민

야당 "이자-군사기지 이전비용 전용 방지-한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취재파일] "오바마 방한에 고춧가루 뿌릴라"…깊어가는 정부 고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비준이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이전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회가) 미 대통령 방한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셈이다." 10일 한 정부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한 말입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전에 방위비 협정 비준이 이뤄져야 최대 동맹국과 분담금 문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을 거라는 취집니다.

지난 1월 타결돼 2월 국회에 상정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올해 우리 정부 분담금을 9,200억원으로 정하고, 내년부터 2018년까지는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를 적용해 인상시키도록 했습니다. 다만 연도별 상한선은 4%를 넘지 않도록 한 게 협정의 골자입니다.

정부는 당초 1조원 넘게 요구하던 미국 요구를 1조원 안쪽으로 줄였고, 비용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했다며 이 정도면 많이 얻어낸 협상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협정이 국회에 제출된 지 2개월이 지나도록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의 안보당국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겁니다.

◆ 협상 타결 3가지 난제

여야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3가지 문제의 선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바로 ▲방위비 분담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파악 ▲군사기지 이전비용으로의 전용 방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그것입니다.

방위비 분담금 이자는 천문학적 규모의 분담금을 적치하면서 생기는 이자 수익의 규모가 얼마나 되고, 이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느냐가 쟁점입니다. 현재 미 군내의 금융기관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뱅크를 미국 군사시설로 보느냐, 민간 상업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자에 대한 과세 문제 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커뮤니티 뱅크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제는 대법원까지 가서 결정돼야 할 정도로 복잡한 사안이라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사기지 이전비용 전용 우려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미군 기지 이전에 쓰는 것은 협정이 정한 목적 외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고, 마지막이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처우 개선 문제입니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매년 임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구내 작업이나 생활 환경이 열악해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신뢰 하락 우려…4월부턴 근로자 월급도 못 줄 수도

정부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 안보에 기여하고도 분담금 협정 비준이 안돼 주둔군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경우, 양국 신뢰에 금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분담금의 거의 대부분은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각종 시설 건설비용 등으로 한국 민간에 다시 뿌려지는 돈인 만큼, 우리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 묶인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주한미군 내 한국인 임금은 미군이 25%, 우리 정부가 75%를 나눠내고 있는데, 3월까지는 급한대로 미군이 비용을 내 임금을 줬지만 25%를 소진하는 4월부터는 급여 지급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새정치 민주연합의 요구 사항을 터무니없는 발목잡기로 보긴 어렵고, 충분히 보완이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미 협상이 완료된 상황에서 비준하지 않을 만큼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를 중장기적으로라도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개선 의지를 타진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


◆ 국익에 대한 냉철한 평가 우선 돼야

분담금 협정 비준 지연은 지난달 나라를 들썩인 원자력 방호방재법 처리 무산을 연상시킵니다. 우리 정부의 핵안보 대처 능력을 국제회의 석상에서 과시하려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정부의 소홀한 법안 홍보, 처리 노력과 여당의 무관심으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비준 협정 지연은 협정 마무리 후 2월 7일 상정된 후 꾸준한 논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원자력 법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방송법과 몇가지 쟁점 법안이 맞물려 모든 법안을 패키지로 주고받게 되면서 비준안 처리가 멈춰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익 관점에서 최대한의 타협점을 찾는 묘수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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