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안철수는 아랫사람?' 논란 부른 與 원내대표의 '너나 잘해'

막말 추방 약속도 '공수표'

[취재파일] '안철수는 아랫사람?' 논란 부른 與 원내대표의 '너나 잘해'
너 [대명사]- 듣는 이가 친구나 아랫사람일 때, 그 사람을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포털 사전에 '너'를 찾아보니 위와 같이 설명돼 있습니다. 한 때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여배우 이영애의 대사 "너나 잘하세요"가 큰 유행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말 한마디가 어제와 오늘 주요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생생영상] 안철수

어제(2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막말을 해 논란을 낳았습니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공약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사과를 "왜 대통령이 아닌 집권당 원내대표가 하느냐, 충정이냐 월권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불쑥 "너나 잘해"라고 소리쳤습니다. 본회의장 가장 뒷줄에 앉은 최 원내대표의 발언은 생중계에 고스란히 전파를 탔습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견학하던 초등학생들도 이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습니다.

국회의원이 예우를 받는 것은 선출직, 즉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초선이든 다선의 중진의원이든, 지역구 의원이든 비례대표든 국민이 던진 표를 기반으로 국민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기에 각종 혜택과 특권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각종 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서로를 부를 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같은 연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그런 국회의원 130명을 대표하는 인물이고, 그 뒤에는 그들에게 표를 준 만큼의 국민이 있다고 봐야합니다. 위 사전 풀이에 따르면 최 원내대표는 안철수 공동대표를 '친구'나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인데, 작금의 상황으로 볼 때 '친구'일 가능성은 0%에 가까우니, 아마도 '아랫사람'으로 여긴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막말 논란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강하게 반발하자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달려드는 무모함과 다를 바 없다"며 안 공동대표를 하룻강아지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막말 논란을 빚은 의원들의 까마득한 선배 정치인인 박희태 국회의장의 대변인 시절 일화를 담은 책 '대변인'에는 눈여겨볼 일화들이 많습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인간미가 살아있던 시절의 한토막입니다.

그 중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1992년 4월 총선 이후 석 달이 다 돼가는데도 야당이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문제점을 이유로 등원을 거부해 원구성조차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었다. 우리 당에서는 이런 경색 정국을 풀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고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했으나 야당이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7월23일 김영삼, 김대중 양 총재의 회담을 또다시 제안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이 회담이 성사됐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나는 "김대중 대표는 김영삼 대표와 더불어 지난 30여년 간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해온 분이다. 두 대표가 이런 민주동지인 만큼 공동운명체적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해 현안을 풀 수 있는 큰 수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야당 대표까지 칭송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은 모두 이례적이라고 평했는데 어쨌든 그 뒤 여야 영수회담이 열리게 돼 정국 해결의 실마리도 풀리게 되었다』

앞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올해 초 신년연설에서 "국민통합을 위하여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순화에 정치권도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왜곡과 분열이 막말 저질 정치가 우리 정치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일갈한 적 있습니다.

최 원내대표는 안 공동대표보다 하루 앞선 지난 1일 국회 연설을 했고, 그 일성은 '말이 아닌 실천이 정치혁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의 위신, 원내 맏형으로서의 무게감, 장관을 지낸 3선의원으로서의 경륜에 비춰봤을 때, 야당 대표를 향해 "너나 잘해"라고 외치는 장면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불편하기까지 했습니다. 말이 아닌 실천을 강조한 최 원내대표가 이번 논란을 어떻게 수습하고, 막말 추방 약속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