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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논란 자초한 측면도…노이즈마케팅 득실 불투명

[취재파일] 논란 자초한 측면도…노이즈마케팅 득실 불투명
빅3의 경쟁으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복병을 만났습니다. 경선 룰 문제를 놓고 김황식 전 총리가 문제 제기를 하며 칩거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29일 서울지역 초선의원들이 김 전 총리를 찾아 경선전 참여를 설득했고, 이르면 오늘(30일) 당 차원의 해명 또는 유감표명 등 조치가 나올 걸로 보여 김 전 총리의 경선전 재개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 날 걸로 보입니다. 거물들의 치열한 경쟁이 삐걱대면서, 이후 시민들이 새누리당 경선에, 또 각 캠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황식 전 총리 캡

◆ '황식이형' 캠프가 열받은 이유

김 전 총리 캠프가 이번 경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3가지입니다. 먼저 ▲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전 총리를 위해 공천신청 기한을 연장해줬다는 의혹입니다. 당 공천위는 지방선거 공천신청 마감일을 3월10일에서 15일로 연기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미국에서 3월14일 귀국하기 때문에 김 전 총리를 배려하려는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정몽준, 이혜훈 후보 측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 측은 "우리가 연장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대리인을 통해 10일 안에 충분히 신청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공천위가 수많은 신청자들의 접수 업무를 물리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연장을 해놓고 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오해를 샀다"고 김 전 총리측 관계자는 억울해했습니다.

다른 원인은 ▲ 순회경선 논란입니다.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눠 1곳씩 돌아가며 투표와 개표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다가 돌연 투개표는 한 번에 하는 '원샷 경선'으로 바뀐 겁니다. 김 전 총리 측은 권역별로 상대 후보를 각개격파해가며 지지율을 붐업시키는 방안을 기대했으나 이 방안도 흐지부지됐습니다. 김 전 총리측은 "우리가 순회경선을 해달라고 당에 요구한 적도 없는데, 공천위에서 또 우리를 지원하는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어 논란을 일으켰다"고 분개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가장 화를 많이 낸 것은 ▲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한 '컷오프' 문제였습니다. 자신은 2자 경선을 선호하긴 하지만, 2자든 3자든 당이 정하는대로 따를 생각이었는데, 당 공천위가 마치 이혜훈 최고위원을 '컷오프' 시킬 것처럼 뜸을 들이더니 결국 3자 경선으로 되돌렸다는 겁니다. 김 전 총리는 3자 경선 결정 후 처음으로 화를 냈다고 합니다. 참모들이 더욱 화를 참지 못했고, 일부는 경선을 포기하자는 주장도 내놓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3가지 사안에 대한 김 전 총리측 입장을 요약하면 "우리는 당에 우리를 잘 봐달라거나, 유리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는데, 당이 마치 우리를 배려할 것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상대 후보들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김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적군을 대비하기는 쉬워도 아군 속에 끼어있는 누군가가 우리를 노리면 그건 정말 막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군(당) 중의 누군가가 사실상 캠프 뒷통수를 치고 있다는 뉘앙스로 들립니다.

◆ 논란 자초한 측면도

김 전 총리 측이 억울해하고 있지만, 정몽준·이혜훈 두 캠프에선 김 전 총리측이 논란을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전 총리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런 저런 상의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는 겁니다. 김 전 총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외국에 머물다 귀국해 안부 인사를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거기에 며칠 뒤 이 논란을 해명하겠다며 김 비서실장 가족과 자신의 가족이 가까운 사이임을 '처가'까지 거론해가며 설명한 부분은 일을 더 키우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 전 총리가 칩거 중인 가운데, 캠프는 이혜훈 후보와 정몽준 의원의 빅딜설을 겨냥하는 보도자료를 잇따라 냈습니다. 후보는 칩거 중인데 캠프는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경선전을 계속한 데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김 전 총리는 40년에 걸친 공직생활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정치는 이제 갓 시작한 초짜 정치인입니다. 여의도 정치에서 말 한마디가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고, 어떻게 곡해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29일 김 전 총리를 방문한 초선 의원들도 "공천 과정에서 당의 결정이 어수선하고 오락가락해 힘들었겠지만, 저희도 같은 경험을 했다"는 취지로 설득한 것도 그런 배경에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총리는 경선 포기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국무총리 시절 박원순 시장의 업무 행태를 보고 서울시장 자리를 계속 맡겨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때문에 굿바이 히트든 희생번트 등 새누리당의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당의 해명과 유감표명 조치 등이 나오면 김 전 총리는 다시 경선전에 뛰어들 걸로 보입니다. 2박 3일간의 '칩거' 투쟁이 김 전 총리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른 여론조사 등 뚜껑을 열어봐야 드러날 전망입니다. 김 전 총리가 복귀한 후 불리한 여건을 어떻게 극복하고 1위 후보와의 격차를 줄여나갈지가 당분간 최대 관심사가 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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