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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연이야? 영화야?"…손가락이 만든 놀라운 상상력

[취재파일] "공연이야? 영화야?"…손가락이 만든 놀라운 상상력
하루에도 여러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갑니다. 이 내용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봐도 재미있겠다 싶은 공연도 있고 ‘공연장’이 아니고서는 접할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공연이 있지요. 오늘 소개할 공연 '키스 앤 크라이'는 단연 후자입니다.


*’지금껏 못 본 공연’ 

이 공연에 등장하는 건 두 손 뿐입니다. 정확히는 ‘손가락’입니다. 둘째 셋째 손가락을 세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 보세요. 그리고 걸어가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여 보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바로 이 동작들로 공연을 만든 겁니다. 전 이 공연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연’이라고 부르는데, 이 유튜브 영상을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키스앤크라이 예고편 보기>

혹시 영상을 조금 더 보실 마음의 여유가 있으시다면, 이 영상도 한 번 보실까요?

<키스앤크라이 공연 영상>

손가락이 연기를 한들 얼마나 하겠어? 라고 생각하셨다면, 어떠세요? 놀랍지 않으신가요? 손가락은 두 남녀를 완벽히 연기합니다. 저는 처음 이 영상을 보고는 두 손가락이 어둠 속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과 샹송 ‘고엽’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특히 침대에 누워 잠들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사람이 사라져 소스라치게 놀라며 찾는 모습 등이 배우보다 더 배우같다고 느꼈습니다. 놓칠 수 있는 작은 감정을 손가락으로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키스앤크라이
(사진 출처 : LG 아트센터)

*’장르는? 영화? 연극? 무용?’ 

이 공연은 ‘장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연의 방식은 이렇습니다. 무대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습니다. 스크린 앞에는 미니어처 가구와 기차 등 각종 소품이 담긴 작은 세트, 그 옆으론 검은 옷을 입은 남녀 무용수가 세트 위에서 끝없이 손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들을 비추고, 카메라에 찍힌 영상은 무대 위 스크린에 나옵니다. 여기에 미리 준비된 음악과 나레이션이 깔립니다. 카메라로 찍어 스크린을 통해 보니 ‘영화’같기도 하고, 두 무용수가 무대 위에서 끝없이 움직이는 ‘무용’ 같기도 하고, 무대 위 모든 상황이 한 편의 ‘연극’ 같기도 합니다.

2011년 벨기에에서 초연된 이후 이 작품은 ‘인생 최고의 마법같은 공연’, ‘가장 독창적인 무대 예술’, ‘새로운 예술 형식의 극치’ 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키스앤크라이
(사진 출처 : Le Soir)

*자코 반 도마엘 

이렇게 ‘새로운’ 형식의 공연은 어떻게 탄생할 걸까요? 혹시 ‘토토의 천국’, ‘제 8요일’이라는 영화 기억나시나요? 이 공연을 만든 사람은 벨기에 출신 영화감독 ‘자코 반 도마엘’ 입니다. 도마엘 감독과 부인인 안무가 ‘미셸 안느 드 메이’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식탁 위에서 재미 삼아 손가락 춤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손가락 춤은 점점 소품이 추가되고 규모가 커지고, 지인들이 합류하면서 등장 인물(손가락)도 늘어났죠. 그리고 두 사람은 ‘손가락 춤’을 무대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영화 감독답게 카메라가 동원됐고, 안무가 부인은 무대에 섰습니다.  관객들은 공연마다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한 편의 작고도 큰 영화를 감상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한 편의 연극처럼 펼쳐지고, 화면에는 손가락만 비치는 두 무용가의 실제 움직임도 함께 보게 됩니다.

이 공연의 주인공은 한 여성입니다. 이 여성의 심리는 나레이션으로 설명됩니다. 주인공은 여성이지만, 영상에서 보셨듯, 나레이터는 남자인데요, 한국어 나레이션은 배우 유지태씨가 맡아 지난 1월 녹음을 마쳤습니다. 도마엘 감독이 직접 유튜브로 여러 배우의 목소리를 찾아 들어본 뒤 유지태씨로 결정했다고 하네요.

벨기에 초연 이후, 이 공연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캐나다, 미국 등에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3월 6~9일, LG아트센터) 저 역시 이 공연은 아직 리허설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만큼 기대감이 매우 큽니다. 창의적인 무대에서 받게 될 ‘영감’에 대한 기대감, 여러분도 저랑 공유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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