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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정당'이 될 뻔한 안철수의 새정치연합

-새정치연합의 의미는?

[취재파일] '다정당'이 될 뻔한 안철수의 새정치연합
기자들은 큰 수고를 덜게 됐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이름을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새정치연합(새政治聯合)' 입니다. 그간 당명이 결정되지 않아 기자들은 주어를 길게 풀어 쓰느라 애 먹었습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 측은..' 또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추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같은 깔끔하지 못한 주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젠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은..'정도로 쓸 수 있고, 시청자와 독자들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그냥 '새정치연합은..'이라고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새정치연합이라는 당명은 5천 100여개의 공모작 중에서 골랐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이름이지만 앞으로 수백 수천번 사용될 신당의 이름이자 주어인만큼 신당 추진 세력들은 여러 각도의 고민 끝에 이름을 골랐다고 말합니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보는 것도 반드시 불필요한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연합', 왜 썼나? 그리고 몇 번이나 사용됐나?

새정치연합과 함께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당명 후보작들이 있었습니다. 새정치미래연합, 새정치실천연대, 새정치연대, 함께새정치당 입니다. 언뜻 눈에 띄는 것은 '연대'와 '연합' 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인 '당'을 쓴 이름도 1개 있지만, 최종 후보 5개 가운데 '연합'으로 끝나는 이름이 2개, '연대'로 마치는 명칭이 2개입니다. 연대와 연합 중 고민한 끝에 연합을 선택한 셈입니다. 선택의 이유에 대해 신당 추진 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의 금태섭 대변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더 강하게 결속돼 있다는 의미가 있어 (연대 대신)연합을 택했습니다."

저는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서 혹시 안 의원이 계속해서 선을 긋고 있는 '야권 연대'로 묶이는 것을 피하려고, 일부러 연대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 아니냐고 질문했습니다. 금 대변인은 웃으면서 그런건 전혀 생각 안해봤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닐거라고 저는 혼자 생각합니다.)

사실 연합이란 이름은 흔하지 않은 당명 작명법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역대 '중앙당 등록 일람표'를 보면, 1963년 이후 등록한 172개 정당 가운데 '-연합'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졌던 정당은 12개에 불과합니다.

1995년 4월 3일에 등록한 자유민주연합(대표자 김종필)을 시작으로, 하나로국민연합(대표자 이한동), 국민중심연합(대표자 심대평) 등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미래연합(대표자 이규택)이 존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2년 5월 20일 한국미래연합을 등록하고 대표를 한 바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택하지 않은 '-연대'라는 작명은 더 희귀합니다. 172개 정당 가운데 2개 밖에 없습니다. 2007년 11월 등록한 화합과도약을위한국민연대(대표자 이수성)와 2011년 창당한 새희망노인권익연대(대표자 윤영오)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연대를 택했을 경우 이들의 뒤를 이어 세번째가 될 뻔했습니다

안철수, "당명에 '새- '字 들어가면 선거 이겨"

유독 농담을 즐기는 안철수 의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자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지난 12일 몇 몇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의원은 "당 이름에 '새'자가 들어가면 대선에서 이긴다고 하더라"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이 따져보니 실제로 그렇더랍니다. 1997년 새정치국민회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2012년 새누리당 등이 모두 집권여당이 됐습니다.

미신에 가까운 이런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 않더라도,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새-'字가 들어가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입니다. 안철수 의원의 대표 브랜드가 새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새정치를 빼고 당명을 정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최종 후보군에 오른 5개 당명 모두 새정치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까운 탈락, '다정당'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었다고 합니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위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의 발상이 정말 기발하다"면서 마음에는 들었지만 너무 과감해서 선택하지 못햇던 이름도 하나 소개했습니다. '다정당'입니다.

풀어서 쓰면 '다함께 새정치당'이고, 줄여 쓰면 '다정당'입니다. 대표 브랜드인 새정치가 들어가 있고, 그 못지 않게 강조해왔던 '동행' 또는 '함께'라는 의미도 들어있는 좋은 이름이었다고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다정'이라는 이름을 정당 이름으로 쓰는게 너무 과감해 보여 결국 포기했다고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무척 호감이 가는 이름입니다.

이제는 진짜 새정치를 보여줄 때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에 맞춰 새정치연합은 지난 일요일 하루 종일 공사 때문에 분주했습니다. 그 동안 안철수 의원 측은 여의도 신동해빌딩 11층만 사용하면서 상당히 비좁게 사무를 봤는데, 이번에 7층에 공간을 더 빌려 회의실과 브리핑 실 등을 마련했습니다. 이제 새정치연합 담당 기자들이 브리핑 때마다 자리 맡기 위해 선착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일도 끝인가봅니다.

간판이 바로 섰습니다. 공간도 커졌습니다. 지역 곳곳에선 하부 조직이 속속 갖춰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연합이 정말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인원과 조직이 부족해서,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등의 설명 또는 변명은 더 이상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엇인지, 기존의 정치세력과는 무엇이 다르고, 또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때가 왔습니다. 새정치연합을 취재하는 저도 앞으로 더욱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정말 새정치인지 아니면 이름만 새정치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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