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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할머니'들에겐 시간이 없다

뮤지컬 '꽃신' 오디션

[취재파일] '할머니'들에겐 시간이 없다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20일, 대학로에서 특별한 오디션이 열렸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사연을 담은 뮤지컬 ‘꽃신’의 1차 오디션. 참가자들이 노래 두 곡씩을 부르고, 정해진 연기를 하고 준비한 춤을 보여주는 것까지는 다른 오디션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사실 이 오디션은 다른 오디션과 전혀 달랐습니다.

*재능기부 뮤지컬 '꽃신'

첫째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없습니다. 뮤지컬 ‘꽃신’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연을 담아, 나눔의 집이 직접 공익법인을 만들어 제작하는 뮤지컬입니다. 아버지에게 꽃신을 신고 싶다고 말했던 어린 소녀, 그러나 결국 평생 꽃신을 신을 수 없었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꺾인 꿈과 고된 인생사가 담길 예정입니다. 뮤지컬 ‘꽃신’은 제작진의 재능 기부로 만들어지는 작품입니다. 작가와 작곡가도 배우도 돈을 받지 않습니다. 주연 배우로 일찌감치 합류한 강효성씨는 물론이고, 오디션을 통해 뽑을 배우들 역시 할머니들을 돕겠다는 마음 하나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작비 역시 SNS를 통해 홍보를 하고, 일반인들에게서 지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조지현 취재파일_5

*오디션장은 눈물 바다

13일 열린 1차 오디션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도 참관했습니다. 87살 이옥선 할머니와 90살 박옥선 할머니는 강제로 끌려갔던 당시의 기억을 손주뻘 되는 오디션 응시자들에게 들려줬습니다. 할머니들은 “도망갈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시절”이었다며, “차라리 그 때 죽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도록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들이 얼마나 여러 차례 반복해온 ‘증언’일까요. 그럼에도 바뀐 건 없는 현실이지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에 오디션 응시자들도 울고, 심사위원들도 오랫동안 눈물을 훔쳤습니다.
조지현 취재파일_5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 "인정하고 사죄하라"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현실은 답답합니다. 일본 정부는 사죄는커녕,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위안부 기림비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측의 로비도 강력합니다. 여기에 지난 25일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모미이 가쓰토 신임 회장이 망언을 보탰습니다. 모미이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고,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은 일본만이 (위안부를)강제 연행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간의 조약으로 (배상 문제는) 전부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할머니는 “저놈(일본)들은 우리가 다 죽기만 기다리고 있는 거야. 우리가 다 죽어 없어지면 모른 체 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55명입니다. 지난 26일 황금자 할머니가 90세로 세상을 뜨셨지요.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대부분 80대 후반~90대입니다. 최근 취재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날 때면,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신 걸 느끼게 됩니다. 걷는 것도 힘에 부치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과거에 대한 ‘증언’도 ‘체력’이 아닌 ‘정신력’으로 하고 계시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증언’도 언제까지 하실 수 있을까요. ‘정신력’이 언제까지 할머니들을 지탱해 줄까요…

뮤지컬 ‘꽃신’은 올 여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눔의 집’ 측은 한국내 공연은 물론이고 특히 일본과 미국 공연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일본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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