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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장'이 다시 화두가 되긴 했지만…

과거와는 다른 경쟁구도…살아남는 자만이 '과실' 취할 것

[취재파일] '성장'이 다시 화두가 되긴 했지만…
매년 이맘때면 글로벌 경제 정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다고 해서 다보스 포럼으로 더 잘 알려져있습니다. 민간 국제회의지만 다보스포럼이 주목받는 이유는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함께 글로벌 기업 경영자, 사회 부문 리더들이 참석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세계의 재편'인데요. 최근 몇년 새 경제적 어려움을 다룬 것과는 약간의 뉴앙스 차이가 보입니다. 경기침체와 같은 어려움이 잦아들었다는 평가 때문인 것인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뒤이어 2010년 찾아온 남유럽 재정위기, 이런 험난한 여정이 어느 정도 끝난 것으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침체의 다음은 성장이죠. 그래서 다보스포럼이 성장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갈수록 낙관적인 선진국 경제전망이 이런 해석의 배경이 됩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을 볼까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7%에 이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OECD의 분석입니다. 올해는 성장률이 개선돼 2.9%로 높아질 전망입니다. 수치 상으로 상당히 호전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유럽의 노력도 조금씩 성과를 볼 전망입니다. 지난해 -0.4% 성장에서 올해는 1.0%로 마이너스 성장 탈피가 예측됩니다.

일본은 지난해 1.8%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낮지만 그래도 1.5%의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절대 수치상으로는 미미한 성장이지만 2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진전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해질 완연한 봄 소식은 우리 수출에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정치 경제 사회 리더들이 성장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반길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침체에서 벗어나면서 나타나는 주변 정황이 우리에게 꼭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그래픽_미국 달러
먼저 미국 경제의 회복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다시 끌어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유도와 각종 세제 지원을 통한 제조업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주력 석유화학 업체 가운데는 미국의 값싼 셰일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미국에 생산시설을 세우겠다는 기업도 있습니다. 값비싼 인건비 등으로 제조업이 안될 것 같은 미국이 이제는 제조공장을 놓고 신흥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과 연계되겠죠. 일자리가 늘어나면 국내 소비가 늘어날 수 있고요. 가뜩이나 일자리와 내수시장 침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변화입니다.

미국은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그 동안 거의 무제한으로 풀었던 통화를 거둬들이는 '테이퍼링'을 준비중입니다. 테이퍼링 역시 신흥국에는 부담이 됩니다. 미 정부가 돈을 거둬들이면 그 동안 수익을 찾아 국제 금융시장을 떠돌던 자금들이 회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써부터 터키나 태국 등에서는 주가 하락과 같은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를 보고 있어, 이런 위험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이미 몇차례 막강한 위협력을 보여준 국제투기자금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일본입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가 아베노믹스의 주된 무기고요. 아베노믹스는 그 동안 국제무대에서 힘을 못쓰던 일본 기업들의 부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컨데 포스코는 일본 신일철과 경쟁관계인데요. 몇년전만해도 신일철이 포스코에서 기술을 배워가려 애쓸 정도로 포스코의 우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포스코가 신일철로부터 강력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일본 자동차 기업과 소니 등 전자업체들이 무역시장에서 한국기업을 위협중입니다.

중국은 우리 최대 수출시장인데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중국 성장률은 올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가 그 동안의 8%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안정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의 고성장은 우리나라가 2008년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됐던 것 기억하시죠. 이제 부메랑이 돼,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는 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세옹지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의 사정은 그렇다치고, 선진국의 움직임을 보면 경제 앞에선 갈수록 자국 이기주의로 간다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오랜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재정 등 체력을 소진한 게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까지 살필 여력이 없어진 거죠.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세계의 재편'인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장은 하겠지만, 성장의 파도를 타려는 각 나라의 이해관계가 위기 이전과는 다른 것입니다. 자국의 일자리 창출과 수입 확대를 위해서 더욱 더 치열한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 잘 대응하는 나라는 기존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지없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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