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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드라마 인기에 책도 덩달아 인기

'별그대'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취재파일] 드라마 인기에 책도 덩달아 인기
*책, 어떻게 고르나.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을지’를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전 신문이나 잡지의 신간 소개에 혹하기도 하고, 블로거들의 후기에 영향 받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읽고 추천해 주는 책을 사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한 책에서 다른 책으로 가지치기’입니다. 한 책을 읽다가, 그 책 속에 다른 책 이야기가 나오면 그걸 찾아 읽거나,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다루는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을 때, 비슷한 내용을 다룬 다른 책을 읽는 방식이 좋습니다. 특히 ‘책’ 자체에 대한 책은 이런 면에서 가장 좋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읽었던 책’을 찾아보는 것도 책을 소개받는 방법 중 하나겠지요. 특히 요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에 등장한 책이 화제입니다. 제목도 긴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인데요,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전지현)가 읽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9년 초판이 나오고 크게 알려지지 않다가, 이번 드라마에 나오면서 보름만에 5만부가 팔렸고,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법륜스님의 ‘인생수업’과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겁니다.
     드라마 속 책이 반짝 베스트셀러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시크릿가든’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다시 잘 팔렸고, ‘왜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도 관심을 끌었죠. ‘신사의 품격’ 속에 등장한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경숙)도 드라마 등장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다시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더 앞서 ‘모모’는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주인공 김삼순이 낭독하면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2005년 당시 백만부를 돌파했습니다. (‘모모’는 올해로 전세계 판매 천만부를 돌파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 중 130만부가 한국에서 팔렸으니, 한국에서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 속 책은 어떻게 등장?

별그대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드라마 작가가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가 드라마 속에 녹인 경우입니다. 이 책을 펴낸 민음사 측은, 책 속의 문장이 때로 대사보다 더 주인공의 심리를 함축적으로 전할 수 있고, 복선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가 ‘동화풍’의 책을 극 속에 녹였을 때 시청자와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하네요.

     일부 출판사는 비용을 댄 PPL(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상품)을 통해 책을 노출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드라마 내용과 동떨어진 책이 단순히 화면에 등장한다고만 해서 잘 팔리진 않습니다. 독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책 자체가 소구력을 갖지 않는 한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책 열풍, 우려VS기대

     그러나 이런 드라마 서적 열풍에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취약한 국내 독자층을 드러내는 방증이고, PPL과열로 이어질 거라는 겁니다. 물론, 맞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에 1권도 채 되지 않습니다(월평균 0.8권). 독자층도 좁고(책은 읽는 사람만 읽는 현실), 특정 책이 잘 나간다 하면, 그 책만 잘 팔리는 ‘쏠림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누군가 책을 한 권 더 읽는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합니다.

     출판이든, 영화든, 공연이든, ‘베스트셀러’가 되는 문화상품엔 공통적인 법칙이 있습니다. ‘평소 읽지 않던 사람이 사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속 책’, (백원근 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이들 책을 ‘스크린셀러’에 빗대 ‘드라마셀러’라고 칭합니다.)의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드라마 시청층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셈이니까요. (물론, 드라마 시청층과 열혈 독자층의 교집합도 있겠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이 월 1권이 되지 않는 반면, 드라마 시청자는 많으니, 드라마에서 책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드라마에 나왔다고 모든 책이 독자의 재평가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인기를 끄는 책에는 그 책만의 ‘매력’ 이 있습니다. 앞서 히트했던 ‘모모’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모두 드라마 출연과 상관 없이 그 자체로 보석 같은 책들입니다. 이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신기한 여행’ 역시, 한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현실의 자신을 돌아보고,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드라마에 나온 책’ 혹은 ‘드라마에 나온 책을 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폄하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장르나 소개되는 방식만 놓고 나쁘다고 폄하할 수 있는 책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 광고를 내거나, 서점을 통해 물량공세로 공격적 마케팅을 해서 잘 팔리면 괜찮은 거고,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 나쁘다는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내’가 필요로 하는 책과 ‘그’가 필요로 하는 책이 다를 뿐이지요. 마치 예전에는 못 읽고 덮어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읽은 책에 감명 받듯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필요하고, 잘 맞는 ‘순간’이 있는 것일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기한 여행’이 지금 인기 있다는 건,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책을 소개받고 싶어한 사람이 그만큼 있었다는 얘기이고, 토끼 ‘에드워드’의 사연이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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