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철소는 세계 최초의 해외 일관 제철소입니다. 지난 1973년 외국 기술을 배워와 포항 영일만에 첫 제철소를 지은지 40년만에 우리 자체 기술로 해외에 일관 제철소를 지은 셈입니다.
(주석 : 용어설명 - 일관제철소)
연초 이 일관 제철소를 현장취재해 보도했는데, 오늘은 방송뉴스에서 미처 전해드리지 못한 제철소를 지으면서 있었던 우여곡절들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일단 제철소가 성공하려면 원료가 되는 철광석과 연료가 되는 석탄을 실은 배가 정박할 항구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여러 섬으로 구성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항구시설이 많지 않습니다. 특히 철광석, 석탄을 싣고 오려면 배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수심이 20미터 이상 되는 항구를 만들어야합니다. 인도네시아 전체에 이런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항구는 단 4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근해 수심이 대부분 얕다보니 깊은 수심의 대규모 항구 시설을 만들지 못한 거죠.
기존 항구에서 원료를 싣고와 다시 육로로 제철소까지 이송하기엔 너무 멀었습니다. 그래서 포스코는 일관 제철소 앞바다에 길이 1킬로미터의 도로를 바다쪽으로 내 수심 20미터 되는 곳까지 나간 뒤 바다 한복판에 항구를 만들었습니다. 원활한 원료 확보를 위해 자구책을 세운 겁니다.
항구 말고도 현지의 열악한 기초설비 산업도 문제였습니다. 제철소를 짓는 데는 베어링 등 기초 설비 부품이 많이 들어가는데, 관련 산업이 제대로 발전되어 있지 않다보니, 아주 기초적인 부품까지 모두 우리나라에서 들여와 써야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특히 상수도 시설이 열악해 수질이 안좋다보니 마시는 물을 조심해야했습니다. 생수나 정수기 물이 아닌 다른 물, 심지어 식당에서 주는 물을 마셔도 한 3일간은 화장실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양치질하는 물까지 생수로 사용해야한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여기에 30도를 웃도는 습한 아열대 기후, 뎅기열 등 현지 풍토병까지 있다보니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거죠.
이런저런 어려움을 딛고 크라카타우포스코는 무사히 준공했고 화입식도 마쳐 첫 쇳물까지 뽑아냈습니다. 물론 아직도 해결해야하는 과제는 많습니다. 크라카타우 스틸과의 협력, 고로의 안정적인 운영, 저렴한 현지 철광석의 원활한 조달 등 문제가 있습니다. 첫 해외 일관제철소의 원년 흑자라는 진짜 성공을 위해선 아직도 더 고생해야할 일이 쌓여있는 셈입니다.
지금 시점에 당장 성공을 자신있게 점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여전히 변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적어도 그들의 노력과 진정성만큼은 믿어도 되지않을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용어설명 - 일관제철소 : 제철소 공정은 제선과 제강, 슬라브, 압연 4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고로라는 용광로에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이 제선, 쇳물에 산소를 불어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제강, 제강을 거친 쇳물을 직육면체 틀에 부어 슬라브라는 쇳덩어리를 만들고 슬라브를 얇게 펴는 걸 압연이라고 함. 일관 제철소는 이 4가지 일련 공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제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