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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자회견장 앞에서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을까?

5분간 이어지 웃음 띤 與野 대화

국회 기자회견장은 이상한 곳이다. 우선 취재 기자들이 별로 없다. 카메라 기자들만 몇 명 서있고, 단상에 선 발표자는 카메라만 응시하며 준비해온 자료를 읽어 나간다. 발표가 끝나고 문 밖으로 나서면 그제서야 기자들이 몰려든다. 이른바 '백브리핑', 줄여서 '백블'이라고 하는 비공식적 브리핑인데, 워낙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사실상 공식 브리핑에 준하는 기능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한 2014년 1월 5일,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나처럼 텅 빈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민주당의 평가를 발표한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백브리링을 위해 기자회견장을 나온 순간, 다음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오던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마주쳤다. 잠시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그러나 피해갈 겨를도 없이 두 사람 주위를 십수명의 기자들이 둘러쌌다. 홍문종 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하 홍): (제 생각엔) 대통령께서 잘 하신 같은데요..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이하 김): 아니 그러니까요, 기자들한테 한 번 여쭤보시죠 하하하
: [한 언론사 새누리당 출입기자에게] 어때요? 대통령 잘하셨죠?
기자: 네? 두분이 대화 나누시죠 하하하

홍 사무총장이 만면에 웃음을 띠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 아, 점수를 좀 잘 주시지.
: 저도 많이 주려고 했는데 듣고 싶은 얘기가 잘 안들려서...
: 어떤 부분이 제일 마음에 안 드셨어요?
: 아이..또...

웃음을 지으면서 면전에서 상대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피해가려는 김관영 대변인에게 홍문종 사무총장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진짜, 진짜, 어느 부분이 제일 마음에 안드셨어요?

김관영 대변인도 이제는 작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환한 웃음은 그대로였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께서 말씀하신, '이런 내용들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한 7가지 부분에 대해서, 사실은 쭉 따져보니 제대로 답이 온 것이 거의 없어요.

: 제대로 답이 안 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 그래요? [수첩을 펴면서] 제가 한 번 보면은 특검에 대해서는 어차피 불수용을 말씀하셨고, 소통에 관해서는 조그마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저희들이 평가할 수 있지만, 오늘 여러가지 앞 뒤 상황 보면 미진한...또 경제민주화에 관한 언급도 전혀 없고, 사회갈등 분열 해소하는 그런 대탕평, 사회 통합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이 전혀없으셔서.. 또 기초[단위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서도 공약을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셨으면 했는데...

홍문종 사무총장이 웃으면서 반론을 폈다.

: 국회에서 잘 알아서 하시라고 말씀하셨으면 된거죠. 국회를 굉장히 존중하신다고 말씀하신게 아닌가요?

: 하하하 공약을 하셨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듣고 싶어했는데...나머지는 뭐.. 남북 관계는 뭐 저희들이 상당히 그래도 많이 고민을 하신 흔적이 보이지 않나. 이거 마치 제가 무슨..

김관영 대변인이 복도에 서서 홍문종 사무총장과 대담을 하고 있는 자신이 쑥스럽게 느껴졌는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 하하 그래도 전반적으로 돌면서 보니까 기자분들이 굉장히 잘하셨다고.. (하던데요?)
: 아, 그렇습니까?
: 굉장히 좋아진 것 같다고, 소통이 앞으로 잘될 것 같다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말씀을 (하던데.)

김관영 대변인이 조금 더 크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 저희들이 (그 의견) 참고하겠습니다. 하하하
제 의견도 잘 좀 참고해주십시오.

홍문종 사무총장도 웃음을 지으며 맞받앗다. 대화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홍: 앞으로 야당도 점수를 좀 많이 후하게 주십쇼.
김: 네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홍: 감사합니다.

대화는 5분 정도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고, 감정을 다치게 하는 언사도 주고 받지 않았다. 그러나 긴장감은 팽팽했다. 각 당의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공식 평가를 내놓았지만, 그보다 이 5분 간의 조우가 국회에 있는 여야의 평가와 현 상황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 이정도 품위와 예의만 갖추고 진행된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더욱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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