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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처형에 사냥개 동원'…오보 소동

英타임스 "굶주린 사냥개 동원"…이후 잇따라 '오보' 주장<br>유로뉴스 `올 첫 전세계 언론 오보 소동'…WP '오보 이유 6가지' 제시<br>"북한·인종 편견도 작용했다" 비판 나와

'北 장성택 처형에 사냥개 동원'…오보 소동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이 `북한 장성택 처형' 과정에 고도로 훈련된 사냥개가 개입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해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매체들은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없이 흥미위주로 `엽기에 가까운' 사냥개 개입을 전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NPR와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관련 보도를 즉각 '오보'로 규정하면서 그런 보도가 확산한 경위를 설명하고, 왜 오보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프랑스의 유로뉴스도 '명백한 오보'라고 지적한 뒤 `2014년 전세계 언론의 첫 오보'라고 비유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냥개를 통한 처형'이라는 보도가 미국과 영국 매체에서 무책임하게 퍼진 것은 우선 북한에 대한 불신에다 한국 등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까지 겹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구 매체들이 전한 장성택 '사냥개 처형' 보도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총살됐다는 기존 보도와 달리 측근 5명과 함께 알몸으로 형장에 끌려나와 사흘 이상 굶주린 사냥개 120마리에 물려 죽었고,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당 간부 300명과 함께 1시간 동안 이 과정을 끝까지 지켜봤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는 중국 당국의 첩보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며,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전통의 맹방인 북한에 대한 중국의 불신이 커진 것을 시사한다는 분석까지 그럴싸하게 덧붙였습니다.

더 타임스를 비롯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NBC 등 미국와 영국의 주요 언론이 이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자 미국의 공영방송 NPR가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NPR는 처형에 사냥개가 개입했다는 보도는 장성택 처형 직후인 지난달 12일 홍콩의 친 중국 성향 중국어 신문 문회보가 가장 먼저 보도했으며, 이후 같은 달 24일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츠타임스가 확대 재생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초 문회보에는 `알몸 상태' `120마리의 개'가 등장하지만 싱가포르 매체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당 간부 300명과 처형 과정을 지켜봤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증폭과정이 일본과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로까지 이어져 급기야 서구 언론들의 대형 오보사태로 발전했다고 NPR는 분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오보인 이유 6가지'를 들었습니다.

첫째, 문회보는 해당 기사와 관련해 아무런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홍콩에는 선정주의 언론사가 많은데 21개 홍콩 언론사 가운데 문회보의 신뢰도는 19위에 불과하다고 소개했습니다.

둘째, 중국 본토의 주요 언론들은 이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신화통신이나 인민일보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조차 문회보 보도가 나온지 한달이 넘도록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셋째, 상대적으로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국의 언론조차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황당한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아울러 아시아의 어떤 주요 매체도 이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다섯째, 군사재판을 받은 장성택은 개보다는 총살 집행에 의해 죽었다는 것이 더 상식적입니다.

여섯째, 장성택이 사형을 당하고 있는 와중에 개가 몇 마리 있는지 정확히 셀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언론이 북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보니 이러한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관행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도에 대해 일부 한인 교포들은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북한에 대한 편견에다 한국인 또는 아시아인에 대한 일종의 인종적 비하까지 겹쳐져 이런 오보가 서구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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