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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가 호남으로 간 까닭은?

[취재파일] 안철수가 호남으로 간 까닭은?
안철수가 호남으로 간 까닭은?

광주는 달랐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 추진위원회 3차 설명회가 열린 광주광역시 NGO 센터  대강당은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안 의원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입장했다. 대전과 부산에 비해 훨씬 뜨거운 환영 분위기였다.

안 의원의 메시지도 뜨거웠다.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 청산이 거역할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날을 세웠다. 낡은 체제가 무엇이고, 낡은 체제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민주당이었다.

비판이 이어졌다 "호남인들의 지지를 변화와 개혁, 수권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깊은 타성에 빠진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수권 준비 세력이 필요합니다. 기존 낡은 체제 세력으로 결코 수권 못합니다. 지난 2번 총선 대선에서 분명히 입증됐습니다." 하나 같이 민주당이 아파할 만한 지적이었다.

안철수 의원의 거침 없는 행보의 배경에는 높은 지지율이 있다. 지난 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32%)은 제1당인 새누리당(35%)과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중이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지지율(44%)이 민주당(14%)의 3배가 넘었다. 지금 당장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나오면 신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는 뜻이다. 민주당으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광주 발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특정 정당의 지역독점 구조에 대한 비판이었다. 안 의원은 민주당 세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중에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뿐만아니라 부산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마찬가지 영남과 호남 두  지역은 주민들의 투표권이 박탈된 상황입니다.  정당에서 후보 정하면 자동 통과합니다. 그건 민주주의 근간인 주민 투표권의 박탈과 같습니다. (중략) 그것이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 의원의 말만 놓고 보면 호남에서 야권연대는 물건너 간 것처럼 보인다. 호남과 영남, 두 지역에서 국민들이 후보를 선택할 권리를 복원하겠다는 공언했으니, 적어도 호남에선 야권연대를 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호남을 양보하는 야권연대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안철수 의원 측이 끊임 없이 야권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강조해온만큼, 앞으로 야권연대가 추진될 수 있을지가 우선 관심사다.

그러나 지역독점구조는 호남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안 의원 스스로 지적했듯이 영남에서도 새누리당의 독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야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승부처는 호남보다 영남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에서 승리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영토를 빼앗는 결과에 불과하지만, 범야권 세력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신당이 영남에서 새누리당의 독점 구조를 깨드린다면, 야권 전체 입장에서는 외연을 확장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철수 의원이 새로운 인물로 누구를 내세울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새정추를 시작하면서 공동위원장 4명을 외부에 공개했다. 박호군-윤장현-김효석-이계안 위원장이다. 수도권 출신 2명, 호남 출신 2명 구성이었다. 영남 출신은 1명도 없었다. 안 의원은 위원장단에 포함된 본인(부산)과 송호창 의원(부산)이 영남 출신이라고 설명했지만, 군색한 답변이었다. 조만간 공개될 새정추는 새롭게 참여한 인사의 명단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다. 그 명단에 영남 출신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가는, 안철수 신당이 기존 야권의 영토 내에 머물지, 아니면 여야를 넘어 광범위한 제3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선거는 이제 6달 남았다. 기존 정당과 다르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안철수 의원 측에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앞으로 안철수 신당이 여야를 모두 휩쓰는 폭풍이 될지, 아니면 야권의 영토 내에서 불었다 그치는 산들바람이 될지는 남은 6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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