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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철도노조 vs 정부, 코레일…무엇이 쟁점?

[취재파일] 철도노조 vs 정부, 코레일…무엇이 쟁점?
'국익에 역행하는 고속철도 민간개방'

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철도노조에서 한 말일까요?

아닙니다. 이 말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직위해제라는 강경책으로 맞서고 있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1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의 제목입니다.

같은 기고문에서 최 사장은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은 철도 및 교통산업의 특성을 잘못 이해한 것'이며 '철도공사의 유일한 수익사업인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개방해서는 안 되고, 국익을 위해서는 '철도공사의 몸집을 키워 강도 높은 경영효율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랬던 최연혜 사장은 지금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즉 경쟁 체제 도입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에서 철도노조가 경쟁체제 도입, 아니 철도 민영화에 극렬히 반대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레일캡쳐_500


◈ 정부, "경쟁 유발로 서로 윈윈...부채 축소"

지난 일요일 경찰이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본부 건물로 밀고 들어갔지만, 결국 체포 대상자 중 아무도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이후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갈등의 단초가 되었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추진은 왜 나오게 된 걸까요?

현재 정부가 밝힌 코레일의 부채는 약 17조원입니다. 일 년 이자만 해도 엄청나다 보니, 어떻게해서든 부채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코레일은 그 방안을 열차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KTX에서 찾았습니다.

명절이 아닌 주말 만해도 KTX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는거죠. 하지만, 마냥 열차를 늘릴 수가 없습니다. 경부선이든 호남선이든 서울에서 경기도 일정 구간까지는 KTX와 일반열차들이 노선을 같이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수서발 KTX입니다. 강남과 경기 남동부 지역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으니, 최연혜 사장이 기고문에서 주장한 것 처럼 '장차 서울역 몇 배의 성장잠재력'을 갖게 되는 겁니다. 코레일은 이 수서발 KTX와 서울역 KTX가 경쟁하게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 노조, "어차피 같은 노선 경쟁 불가"

하지만, 노조는 서울역 KTX와 수서역 KTX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평택부터 부산이나 목포까지는 서울역발 KTX나 수서역발 KTX 모두 같은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열차도 비슷하고, 도착지까지 소요시간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지리적 근접도에 따라서 시민들이 서울역이나 수서역을 선택할 것이라는 겁니다.

노조는 또, 정말 경영합리화와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흑자 노선인 KTX가 아닌 적자 노선인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운영을 자회사나 민간에 맡겨야 하는데, KTX의 운영권을 맡기려고 하는 것은 꿍꿍이 속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돈 되는 것을 넘겨서 민영화 할 것이라는 거죠.

철도파업 불편 캡쳐


◈ 민영화 없다 vs 민영화 전초

이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를 추진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그것을 정관과 면허 등을 통해서 보장하겠다고 말합니다. 또, 정부 의사가 이러한데, 철도민영화를 구호로 파업을 하는 것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합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가 누차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을 하는 것은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들과 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조는 또 반발합니다. 정관은 주주 간 의 약속일뿐이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수서발 KTX 자회사는 코레일이 41%의 주식을 갖고, 59%는 연기금 등 공적자금이 갖는 구조입니다. 주식회사다 보니 당연히 상법의 적용을 받는데, 코레일이 주식의 절반에 못 미치는 41%를 보유하게 되니 자회사 설립은 사실상의 민영화라고 노조는 주장합니다.

또, 노조의 마음 한 쪽에서는 자리를 옮기니 말이 바뀌는 사장을 보면서, 그리고 대선 전의 공약을 뒤집고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면서 말로 하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불신도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 부채 축소 vs 제로섬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 대규모 흑자를 통해 코레일의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코레일의 예상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립니다. 수서발 KTX 역이 설립이 되면서 새로운 철도 고객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결국 서울역 갈 손님을 수서역으로 유치하는 것 뿐이니 제로섬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코레일은 신규 고객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듯 합니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기존의 고용 유지나 임금 같은 소위 밥그릇 싸움과는 차이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예전보다 파업을 더 쉽게 끝낼 수도 있고, 더 끝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서로의 의견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각자의 진의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서로가 전혀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를 객관화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경쟁체제 도입이 굳이 자회사 설립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코레일 내에 사업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으로도 경쟁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최 사장이 기고문에서 밝힌 것처럼 '정부가 공사의 경영효율화를 압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회사 설립'을 건드릴 수 없는 명제라고 주장할 수록 노조의 민영화 의도에 대한 의심은 커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노조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하고,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직위해제를 감수한 파업이라는 절박함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강대강의 대치만으로는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철도 민영화 반대를 위해 국민 불편을 감수해야한다는 생각도 지나치게 폭력적일 수 있습니다. 출퇴근길에 사람들에 치이는 국민들도 힘듭니다.

하지만, 정부는 우선 국민은 대결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국가는 국민과 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갑습니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설득하고, 어루만져야할 겁니다. 그게 오늘날의 대통령과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것이 통치가 아닌 정치인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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