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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애 유치원 좀 보냅시다! 좀!"

'대입은 저리가라'..20:1까지

[취재파일] "우리 애 유치원 좀 보냅시다! 좀!"
"주황색 공 뽑으시면 합격, 흰 색 공 뽑으시면 불합격입니다."

공색깔 따라 희비가 엇갈립니다. 주황색 공을 뽑아든 누군가는 머리가 하늘에 닿을만큼 폴짝폴짝 뛰며 기뻐합니다. "00야, 붙었다 붙었어" 벅찬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합격소식을 전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쪽에선 고성이 오갑니다. "동등하게 추첨기회를 줘야지! 앞사람만 뽑으면 어떻게 해"
"이럴 거면 왜 다 오라고 그런거야?" "아, 저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요..."
유치원


 
곳곳에서 2014학년도 유치원 신입생 선발 전형이 진행 중입니다. 입학자를 뽑는 추첨 현장에서는 요즘 이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방방식이 추첨식으로 진행된 건 올해로 2년째, 전날 저녁부터 돗자리 깔고 기다려야 하는 선착순의 폐단을 막아보겠다며 도입된 대안입니다. 그런데,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것도 '대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치원 추첨

 
기본적으로 떨어지면 안 되다보니 엄마들은 복수 지원부터 하고 봅니다. '몇 곳 이상 지원 안 됨' 이런 규정도 없습니다. 대여섯 곳 일단 넣고, '한 곳만 걸려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추첨시간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몰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족들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이곳 저곳 찢어져서 추첨에 참여해야 합니다. 실제로 유치원 추첨 현장에는 양복 입은 아빠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들도 적잖이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경쟁률은 무려 10:1, 20:1!
 
대학 입시도 아니고, 경쟁률이 뭐 이렇게 높을까요? 따지고 보면 허수가 많습니다.
인기있는 곳에 원서가 몰리기도 하지만, 복수지원을 하다보니 경쟁률 자체가 부풀려지는 것입니다.
높은 경쟁률은 또 다시 엄마들의 불안감을 부추깁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더 넣고 보자"
악순환입니다.
유치원
 

합격자 발표가 난 뒤에도 유치원가는 한동안 시끄럽습니다. 여러곳 붙은 '엄친아'들은 가장 맘에 들었던 1순위를 선택해 등록하고, 운 좋은 대기 아동들은 덕분에 추가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유치원이 뭐기에......근본적인 대책 없이 선발 방식만 바꾸면 뭐하냐고 엄마들은 이야기합니다.
전체 아동 비율로 따져보면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아동은 100명 중 46명 정도,
유치원에 대한 공급 자체가 부족합니다. 어차피 부족한 상황에서 줄을 서나, 공을 뽑나 혼란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수요까지 늘었습니다. 만 3세에서 5세까지 유아 학비를 지원하는 '누리 사업'이 확대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보내려는 사람은 더 늘어났는데, 시설은 제자리란 설명인데,  내년에도 이런 혼란은 또 반복될 수 있습니다.

입시지옥 미리부터 경험하게 해주는 것, 고마워하는 엄마들은 없을 것입니다.
아이는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키우기는 정말 힘듭니다. 어린이집은 대기번호 60번, 유치원은 경쟁률 20:1 이게 우리 보육의 현실입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뭐 얼마나 들어가기 힘들겠어'했던 엄마들은 실상을 겪고서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엄마들은 그저 이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 애 유치원 좀 보냅시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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