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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피난계단 1층에도 방화문은 달아야 합니다"

[취재파일] "피난계단 1층에도 방화문은 달아야 합니다"
SBS 8뉴스에서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아파트 등의 피난계단의 실태를 연속 보도해 드렸습니다.

유사시 사람들의 대피통로가 되는 '피난계단'에 방화문이 아예 없거나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방화문 500
국토교통부에서는 SBS 보도 직후 위법성을 인정하고 시·도에 실태를 파악해 시정하라고 명령했고, 이 내용 또한 전해드렸습니다
.
그런데, 피난 계단과 방화문 설치 규정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구청 공무원들은 잘못된 법규를 근거로 들며 "1층 피난계단에는 방화문이 없어도 된다"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1층은 빨리 빠져나가야 하니까 방화문을 달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전화 한 통이면 확인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난계단과 연결된 통로에는 1층을 포함한 모든 층에는 방화문을 설치해야 합니다. 구청 등 건물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대부분 관련 법규를 잘못 알고 있습니다. 방화문이 없는 '위법 피난계단'이 양산되는 이유입니다.

혼동하고 있는 법규정은 이것입니다. 건축법  '제46조방화구획의 설치의 예외 규정'과 건축법 시행령 '제35조 피난 계단 설치'입니다. '제46조방화구획의 설치의 예외 규정'에는 피난층이나 최상층이 강당이나 로비로 쓰이는 등 불가피할 경우에 방화문을 설치조항을 완화해서 적용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35조 피난 계단 설치'에는 이 같은 예외조항이 없습니다. 계단과 연결된 모든 층에 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피난층이든 최상층이든 방화문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바닥면적 200㎡이하는 예외)

이렇게  건축법을 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화재시 진압 이전에 중요한 것은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건축법에서는 '방화셔터'나 '방화문'으로 건물의 면적마다 이른바 구획을 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의 문이나 셔터로 건물의 면적을 일정 범위 마다 나누라는 겁니다. 그래야 불이 났을 때 방화셔터가 화재 지점을 독립시켜 불이 건물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건축법  '제46조방화구획의 설치'조항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건물 안에 사람들이 있을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화구획과 별도로 '대피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건축법에서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 설치한 하도록 의무화 한 것이 '피난계단'입니다. (아파트 같은 공공건축물의 경우 16층이상, 그외 나머지 건물을 말하는 일반건축물의 경우 5층이상 건물이 피난계단 설치 대상 건물)

피난계단은 건물이 모두 불에 타더라도 온전히 보존돼야 하는 일종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규모 사람들이 몰리는데다 이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축법은 피난 계단을 건축하는 재료도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피난계단 규정에서는 1층을 포함한 모든층에 방화문 꼭 달아야 한다고 했을까요. 피난계단과 연결된 어느 한 곳의 방화문이라도 없거나 열려있을 때 피난 계단 전체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박아름 리포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잠실동의 46층짜리 아파트의 1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피난계단과 연결된 모든 층에 방화문이 설치돼 있었고 덕분에 140여명의 주민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화재가 발생한 12층에 방화문이 제대로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피난계단은 순식간에 연기와 유독가스로 오염이 됐을 겁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연기와 한 모금만 마셔도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가득 찬 계단을 통해 백 명이 넘는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12층을 제외한 모든 층에 방화문이 제대로 설치됐더라도 이미 피난 계단은 제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이경원 기자
화재는 언제 어느 곳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피난 계단과 연결된 모든 층에 방화문을 달아야 하는 겁니다. 피난층인 1층도 마찬가지입니다. 1층 로비에서 불이 났을 경우 피난계단에 방화문이 없다면 유독가스와 연기 불이 피난 계단으로 타고 올라가게 되겠죠.

전문가들은 1층 피난계단 방화문 특히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 이유 중의 하나가 화재가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확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토교통부는 SBS보도 후 공공기관과 아파트 백화점의 불법 피난계단 실태에 대해 인정했습니다. 이어 보도 직후 시·도에 불법 건축물의 실태를 파악하고 시정 조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이런 불법 건축물이 양산되는 이유로 건물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법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지적하고 관련 교육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하 법규>--

건축법 

제46조(방화구획의 설치) ① 법 제49조제2항에 따라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된 건축물로서 연면적이 1천 제곱미터를 넘는 것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내화구조로 된 바닥·벽 및 제64조에 따른 갑종 방화문(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자동방화셔텨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구획(이하 "방화구획"이라 한다)하여야 한다. 다만, 「원자력안전법」 제2조에 따른 원자로 및 관계시설은 「원자력안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개정 2011.10.25, 2013.3.23>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축물의 부분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하거나 그 사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제1항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 <개정 2010.2.18>

(중략)

4. 건축물의 최상층 또는 피난층으로서 대규모 회의장·강당·스카이라운지·로비 또는 피난안전구역 등의 용도로 쓰는 부분으로서 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부분

-->담당 공무원이 잘못 이해해서 적용하는 법규

건축법 시행령 

35조 피난 계단 설치

건축법 제 49조 1항에 따라 5층 이상 또는 지하 2층 이하인 층에 설치하는 직통계단은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으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건축물의 주요구조부가 내화구조 또는 불연재료로 되어 있는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해당하는 경우는 그러지 아니하다.

1. 5층 이상인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가 200제곱미터 이하인 경우

2. 5층 이상인 층의 바닥면적이 200제곱미터 이내마다 방화구획이 되어 있는 경우

(중략)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1. 시행령 35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해 건축물 5층 이상 지하 2층 이하의 층으로부터 피난층 또는 지상으로 통하는 직통계단은 피난계단 또는 피난계단 및 특별피난 계단으로 설치해야 한다.

(중략)

바. 건축물의 내부에서 계단실로 통하는 출입구의 유효너비는 0.9미터 이상으로 하고, 그 출입구는 피난의 방향으로 열수 있는 것으로서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 온도, 불꽃 등을 가장 신속하게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로된 제26조에 따른 갑종방화문을 설치할 것.     

[박재성 교수 기고] 피난계단 1층 방화문 설치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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