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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송(訴訟)은 청송(聽訟)이다."

[취재파일] "소송(訴訟)은 청송(聽訟)이다."
"소송(訴訟)을 과거에는 청송(聽訟)이라고 불렀다"

내란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기 의원 재판 과정에서 재판장인 김정운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한 말입니다. 왜 느닷없이 이런 말을 했을까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어제(13일) 재판 과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변론했습니다. 변론 도중 탈북자로 추정되는 여성과 남성이 "북한에서 살아봐"라는 등의 소리를 지르다 퇴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이후 김정운 부장판사는 이후에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지면 퇴정이 아닌 감치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석기 의원의 피고인 진술 과정에서 탈북자 3명이 이석기 의원을 "사형시켜라"는 등 고성과 욕설을 하다가 감치 조치를 받은 후, 김 판사가  앞서 소개한 발언을 한 것입니다. 김 판사는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귀를 막을 지언정,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해 줘야한다고 준엄하게 꾸짖었습니다.
법원 재판부 500

똘레랑스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는 것이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그것을 주장하는 권리는 내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는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의 말입니다.(그가 실제로 이 말은 했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지요. 물론 다름을 무한정 인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앵똘레랑스에 대해서는 앵똘레랑스로 맞서야 한다는 말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어제 법정에서 소란을 피웠던 탈북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핍박받던 북한을 어렵게 벗어났는데, 북한을 옹호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밉고 이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말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북한의 많은 문제점 중의 하나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 북한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인데, 북한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석기

이석기 의원 등이 실제로 내란을 음모해 관용의 범위를 넘어선 앵똘레랑스인지는 재판 과정을 통해서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섣불리 예단을 한다면,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려고 한다면 언젠가 그 화살은 자신에게도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은 우리가 수호해야 할 민주주의와 맞지도 않습니다.

비단 어제 재판에서 뿐만이 아니라 많은 곳에서 사회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게 민주주의고, 그런 민주주의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우리 정치권은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저히 서로 말로는 해결하지 못 해서 마지막으로 찾는 소송이라는 절차도 결국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청송이라는 재판장의 말. 한번 쯤, 아니 두 번쯤 귀담아 듣고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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