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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순직 조종사의 딸 '국민 조종사 되다'

[취재파일] 순직 조종사의 딸 '국민 조종사 되다'
지난 8월 초 공군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모집 공고가 떴습니다.

"2013년 Seoul ADEX(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 기간 중 국산항공기 T-50과 KT-1에 탑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국민조종사를 모집합니다. 공군 조종사와 함께 하늘을 날면서 대한민국 공군을 더욱 깊게 이해하고 우리나라가 개발한 항공기의 우수성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회에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세요."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내 최대 방산 전시회 '아덱스' 행사 때 실제로 항공기에 탑승할 일반인 '국민 조종사' 선발 모집 공고였습니다.

'국민 조종사'란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산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군이 2년에 한 번 씩 선발하는 일반인 조종사를 말합니다.

비행기와 조종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는 막연하게나마 꿈꿔왔던 비행기 조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물론 홀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아니고 숙련된 조종사의 뒤에 탑승해 비행기 조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최종 4명을 뽑는 제4기 국민 조종사'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던진 사람은 약 870명, 경쟁률이 217대 1을 기록했습니다. 도전자들은 서류심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8명으로 압축됐고 이 8명 가운데 비행환경 적응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최후의 4인이 '제4기 국민조종사'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 4명 가운데서도 38살의 주부 이윤수 씨 사연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윤수 씨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동시에 세 남매의 엄마인 평범한 주부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모를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공군 순직 조종사인 故 이복규 소령이었던 겁니다. 故 이복규 소령은 1971년 1월에 소위로 임관한 조종간부 18기로 1975년 8월 항공기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청평 상공에서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습니다.

취재파일
순직 당시 故 이복규 소령은 28살의 앞날이 창창한 조종사로 결혼한 지 8개월 된 새신랑이었습니다.
국민 조종사로 선발된 이윤수 씨는 안타깝게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당시 엄마 뱃속에 있었습니다.

이윤수 씨는 생전에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는 못 했지만 마음 속엔 늘 조종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가슴 한 켠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성장한 이 씨는 훗날 조종사가 되어 아버지가 못 다 이룬 영공수호의 꿈을 대신 이뤄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대학진학을 고민하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공군사관학교가 아직 여생도를 선발하지 않을 때여서 공사에 진학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종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윤수 씨는 지난 10년 간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7km 달리기를 하는 등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을 해 왔고 결국 '국민 조종사'로 선발될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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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막연하게 나마 조종사를 꿈꿔왔던 이윤수 씨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공군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녀는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아버지께서 소중히 목에 두르시고 이루고자 하셨던 영공수호의 꿈을 대신 이룰 수 있게 됐다"며 울먹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소중하게 간직해 오던 막연한 꿈, 그 꿈을 이루게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38년 만에 조종사가 돼 자신의 꿈을 당당히 이뤄낸 이윤수 씨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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