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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속도로 휴게소, 운전자 권리? 도로공사의 서비스?

[취재파일] 고속도로 휴게소, 운전자 권리? 도로공사의 서비스?
교통 체증에 피곤해서 잠시 휴식을 갖기 위해 들리게 되는 고속도로 휴게소. 장시간 운전을 하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잠깐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 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것은 고속도로 사용 요금을 낸 운전자들의 권리일까요, 아님 고속도로 운영주체의 서비스일까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아서 비쌀 수 밖에 없다는 보도는 지금껏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뜩 들었던 생각이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 편의점이라고 들어서 있는 곳은 왜 편의점하면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제품, 이를테면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등은 판매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서 도로공사가 실태 조사한 자료를 구했습니다. 약 200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컵라면을 판매하는 곳은 2곳.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그대로였습니다. 비싼 식당 음식을 사 먹으라는 것이지요.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입점 입찰을 할 때 식사가 될 수 있는 제품은 판매하지 마라고 공고를 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이같은 방식을 많은 사람들은 관행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입점한 업체들끼리 상생을 하자는 것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휴게소는 땅 파서 장사하냐는 인식입니다. 물론 많은 돈을 주고 들어왔으니 돈을 벌어야합니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곳이 대체재가 없는 독점적 구조이고, 또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에 돈을 많이 물릴 수 밖에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휴게소는 도로공사의 서비스…시혜적 시각이 문제의 발단

고속도로 휴게소를 관리하는 도로공사에 고속도로 이용요금을 내고 진입하는 운전자들을 상대로 돈을 벌겠다고 판매 품목까지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판매 품목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정하겠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용하는 것은 이른바 톨게이트 비용이라고 부르는 고속도로 이용요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장시간 운행을 하다가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을 가는 것은 도로공사가 운전자들을 위해 마련한 추가적인 혜택 덕분이지, 운전자의 권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혜택이 없다면 운전자들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가 다시 요금을 내고 진입을 해야하는 것이죠.

어쩌면 이 답변 속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관련해서 제기된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비싼 것인지, 그리고 그 가격에 비해서 왜 부실한 것인지. 또, 운전자들을 왜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운전자들이 들를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곳이 아니라, 운영주체가 운전자들에게 베푸는 서비스 즉, 시혜이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시혜의 결과는 많은 수익이라는 것과 그 결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에 한화리조트 같은 대기업도 뛰어들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뿐입니다.

보도이후 휴게소에 컵라면을 판매하는 곳이 132곳, 약 2/3수준으로 증가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운영자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했을까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인식의 변화가 없다면 언제든지 이런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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