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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토크]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의 미래는?

경복궁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왼편으로 높은 담장이 길게 이어집니다. 경복궁 옆이라 무슨 궁궐의 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담장의 생김새가 분명 고궁의 그것은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이 담을 볼 때 담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꽤나 궁금했었습니다. 특히 7m나 되는 담의 높이와 위압감을 주는 시커먼 강철 대문 그리고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얼마 전 사라진 전투경찰들은 어린 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담장을 지키던 전경이 사라질 때쯤 그 곳이 바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경복궁 옆에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그렇게 높은 담을 치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수 십 년을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벤 에플랙에게 오스카를 안긴 아르고에 나오는 주 이란 미국대사관 직원들처럼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폭동을 대비한 것일까요?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이던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는 1997년 정부와 미대사관의 주도로 1,400여억 원에 삼성문화재단에 팔립니다. 삼성에서는 미술관을 비롯한 복합문화시설을 지으려다 포기하고 2008년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한진그룹에 2,900여억 원에 매각합니다.

한진그룹은 이 곳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학교보건법 때문에 현재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부지 주변으로 풍문여고와 덕성여중 등 세 개의 학교가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역시 공공성과 공익성을 내세우며 호텔 건립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과거 궁궐의 일부였고 미국인들의 거주지가 됐다가 이제는 20년 가까이 버려져 일반 시민들에게는 잊혀진 이 땅이 잠실의 제2롯데월드처럼 결국 기업의 뜻대로 될지 아니면 다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돌아올지 두고 볼 일입니다.

높은 담 안쪽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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