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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취재파일] "도전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세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첫째,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
둘째, 꿈을 찾아가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셋째, 고독한 운동 같아 보이지만, 수영은 ‘팀’입니다.

꼬박 53시간동안 수영을 해 플로리다 해협을 건넌 다이애나 나이야드가 해변에 도착해 한 말입니다. 나이야드는 지난 주 토요일 쿠바 아바나를 출발했습니다. 무려 177km를 헤엄쳐, 어제(현지시간 2일)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만 이틀이 넘게 바닷물 속에 있었던만큼, 얼굴은 퉁퉁 불고, 온몸이 햇볕에 그을린 모습이었습니다. 입술도 부어서, 말하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도착 직후,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지만, 그녀의 얼굴은 ‘꿈을 이룬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조지헌

177km, 53시간의 수영. 상어의 공격을 막아주는 철망도 없이, 플로리다 해협을 수영으로 건넌 건 나이야드가 처음입니다. 차를 타고 가도 가깝지 않은 거리, 배를 저어 가도 쉽지 않은 구간을, 맨몸으로 건넌다는 게, 상상도 잘 되지 않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영양분을 공급받았지만, 그것 역시 물 속에서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첫 ‘기록’을 세운 나이야드가 올해 64살(1949년 8월생)이라는 겁니다.

조지헌
<지도- 나이야드 홈페이지
http://www.diananyad.com/>


 
수영선수였던 나이야드가 플로리다 해협 횡단에 처음 도전한 건 1978년이었습니다. 나이야드는 3년 전인 1975년 맨해튼 섬 주변 48킬로미터를 수영으로 돌아 화제가 된 바 있어 새로운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플로리다 해협 횡단’의 첫 도전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나이야드의 꿈은 그녀의 삶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책을 쓰고, 각종 강연을 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며 ‘플로리다 해협을 수영으로 건너겠다’는 젊은 시절의 꿈은 잊혀져 갔습니다.

그런데 나이 예순 살이 되던 해, 나이야드에게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마침 그해에 나이야드의 어머니가 8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나도 앞으로 기껏 22년 정도 밖에 못 사는구나”하고 생각했다는 나이야드는 문득, 이루지 못한 것들에 불만을 갖고 사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를 느꼈다고 합니다. 또 부정적인 생각들로 허비한 시간이 후회됐습니다. 그리고 기억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오래 전 ‘꿈’이 생각났습니다.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헤엄쳐 건너는 것’ 말입니다. 더 이상 후회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나이야드는 31년간 손을 놨던 수영 연습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꿈이 큰 만큼, 훈련도 혹독했습니다. 그러나 꿈에 압도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나이’에 ‘그 체력’으로 이루기엔 힘든 목표였지만, ‘어느 나이’에 ‘어떤 체력’으로 도전한대도 어려운 목표였으니까요. “훈련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지만, 실제로 훈련하며 웃을 수 있던 적은 없었다”고 나이야드는 2011년 테드 강연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첫 번째 재도전은 실패하고 맙니다. 강한 조류와 발열, 탈수 같은 난관을 잘 넘었지만, 독한 해파리에 물려 도중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해인 2012년까지 세 차례 도전해 모두 실패했지만, 실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바다는 여전히 거기 있었고, 꿈은 여전했으니까요, 도전하고 실패하는 걸 반복하더라도 저는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수영해 건널 겁니다.” 라는 나이야드의 2011년 테드 강연처럼요. 

그리고 드디어, 다섯 번째 도전에서, 그녀는 꿈을 이뤘습니다. 첫 도전 후 35년만입니다. 나이야드는 망망대해를 홀로 헤엄치며, 팔의 동작에 맞춰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나이야드는 이걸 ‘playlist’라고 표현하더군요.) 이번 도전에서, 드디어 ‘맞은 편 땅’에 닿았을 때, 꿈을 이룬 그 순간에 ,그녀의 마음 속에선 어떤 노래가 플레이되고 있었을까요.

조지헌

나이야드가 플로리다 해변에 도착해 한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 것. 꿈을 좇기에 너무 많은 나이란 없다는 것’… 그렇습니다. 시간 없어서, 나이 먹어서, 내 주제에 무슨, 이라고 말하며 꾸물대기엔 오늘, 지금 순간이 우리 생애 가장 젊은 순간인걸요. 나이야드가 2011년 테드 강연을 마무리지으며 던진 질문처럼 말입니다. “당신은 지금 멋지고 소중한 인생을 뭘 하며 보내고 있습니까?”

조지헌

***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www.diananyad.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1년 테드 강연과( http://www.ted.com/talks/diana_nyad_extreme_swimming_with_the_world_s_most_dangerous_jellyfish.html)  2012년 테드x 강연(http://www.youtube.com/watch?v=PhjU7VVr9io)을 통해 나이야드의 열정을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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