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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가 북극곰을 굶겨 죽였나?

[취재파일] 누가 북극곰을 굶겨 죽였나?
이 사진 혹시 보셨나요? 현지시간으로 6일 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실렸던 사진입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가죽과 뼈만 남은 상태로 죽은 채 발견된 북극곰입니다. 나이는 16살 정도로 추정됩니다. 사진만 봐도 한눈에 드러나지만, 발견 당시 곰은 온몸에 지방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 지쳐 쓰러진 뒤 결국 굶어 죽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곰은 몇 년 전부터 스발바르 남쪽 지역에서 자주 발견되던 녀석입니다. 지난 4월에도 노르웨이 극지연구소가 같은 지역에서 발견했었는데 당시만 해도 녀석은 매우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뒤인 지난달 평소 활동하던 지역에서 250킬로미터나 떨어진 스발바르 북쪽에서 아사한 시체로 발견된 겁니다.

녀석이 먹이를 찾아 이렇게 멀리까지 오게 된 건 여름을 맞아 해빙(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얼음)이 급속히 줄어든 탓입니다. 북극곰은 주로 물개를 잡아먹고 사는데 물개들은 해빙에서 삽니다. 더운 날씨에 해빙 숫자가 급격히 줄자 사냥터를 잃은 녀석이 해빙을 찾아 헤매다니다 결국 굶주림에 지쳐 죽은 거죠.

여름이면 해빙이 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노르웨이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는 유난히 해빙이 녹기 시작한 시기도 일렀고 그 속도도 빨랐습니다. 2005년부터 서쪽 피오르드로 따뜻한 물이 들어왔는데 이후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고 있는 탓입니다. 피오르드 주변 바닷물이 따뜻해 진 건 지구 온난화 때문이죠.

온난화는 말 그대로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입니다. 여러 가지가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가장 유력한 건 온실기체의 증가입니다. 이산화탄소, 메탄, 프레온가스 같은 것들입니다. 온실 기체가 느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화석연료 사용과 산업화로 발생이 늘어나는 것과 숲이나 산호초 등이 파괴되면서 자연계에 흡수되는 양이 줄어드는 것.

아래는 위키백과(http://ko.wikipedia.org/wiki/%EC%A7%80%EA%B5%AC_%EC%98%A8%EB%82%9C%ED%99%94)에 실린 전 세계 온실기체 배출량입니다.
총배출량
미국과 알래스카, 중국, 브라질이 가장 많고 러시아, 인도 등이 그 뒤를 따릅니다. 이유는 굳이 말씀드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산업화가, 브라질은 아마존 유역 개발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주범입니다. 아프리카와 동유럽처럼 개발이 덜 된 나라로 갈수록 초록색에 가깝고 경제력이 높은 나라일수록 붉은 기운이 강해집니다. 아시아에서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이 가장 붉은색이군요. 휴전선을 경계로 뚜렷이 구분되는 남한과 북한의 색 대비도 주목할만합니다. 이 지도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명확합니다. 한마디로 온난화는 '개발'의 뒷모습이라는 거죠. 이런 내용은 아래 표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배출량순위
2011년 기준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인데 중국이 1위, 미국이 2위이고, 유럽연합, 인도, 러시아, 일본 순입니다. 우리나라도 절대 적지 않습니다. 2011년에만 6.1억 톤을 배출해서 세계 7위입니다.

꼭 눈여겨 봐야할 것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 줄에 있는 '1990년 대비' 항목입니다. 우리나라는 144% 증가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세계 평균 49%의 3배 가까운 수칩니다. 우리보다 증가량이 많은 나라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뿐입니다. 다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어서 굴뚝산업을 앞세워 '개발'에 급급한 나라들입니다. 좀 살만하다 싶은 나라 치곤 우리처럼 '여전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펑펑 늘고 있는 나라가 없는 셈입니다.

물론, 다른 나라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는 게 그 나라 사람들이 우리보다 국민의식이 높아서 알아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기 때문은 아닙니다. 세계 각국은 갈수록 심화하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법을 강제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선진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적어도 5.2% 이하로 감축할 것을 목표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종류의 온실기체에 대한 배출 감소 목표를 지정했습니다. 이 의정서를 인준한 국가는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을 적용해야 합니다. 무역 압박을 내세워 서로가 서로를 강제하자는 거죠. 전 세계에서 모두 35개 나라가 여기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교토의정서 기한이 지난해로 만료됐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나라들은 지난해 말 카타르 도하에 모여 이후 대책을 논의한 끝에 교토의정서를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교토의정서 2라운드'가 시작된 겁니다. 이번에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40% 감축하는 게 목푭니다.

하지만 이 교토의정서 2라운드라는 게 숫자만 보면 꽤 그럴듯합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위인 중국과 3위 인도는 교토의정서 비준 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있어서 1차 때부터 감축의무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배출량 2위인 미국은 2001년에 "국내법상 문제가 있다"며 교토의정서 자체를 아예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부시 대통령 때의 일입니다. 2007년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집권하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1차 때 의무감축국으로 참여했던 4위 러시아와 5위 일본마저 2라운드에는 의무감축을 못 하겠다고 빠져 버렸습니다.

이렇다 보니 2라운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나라는 유럽연합과 호주, 스위스, 우크라이나 등 34개국뿐입니다. 이들 나라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0.5~20%의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34개 나라의 배출량을 다 합쳐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밖에 안 됩니다. 한마디로 알맹이는 쏙 다 빠진 거죠.

물론, 국제사회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는 데 대해서는 논란이 없는 게 아닙니다. 선진국들이 자신들은 그동안 굴뚝산업을 통해서 배를 잔뜩 불려놓고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나라들에게는 온난화가 무서우니 공장을 세우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개도국'들이 의무감축대상에서 빠지는 건 바로 그런 이유고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어서 2라운드에서도 감축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기로 자발적 감축선언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계에서도 노력해야겠지만, 개인들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총량으로는 7위지만, 1인당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에 이어 거의 독보적인 수준으로 많습니다.
1인당
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북극의 해빙은 급속히 줄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극곰, 물개, 펭귄 등 극지방에 사는 동물들은 생존에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북극에는 2만에서 2만 5천 마리 정도의 북극곰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북극곰 무리가 살고 있는 19곳 가운데 12곳을 조사했더니 여덟 곳에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앞으로 45년 안에 3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 정도의 북극곰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온난화 때문에 줄어드는 북극곰 개체 수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할 거라는 예측까지 하고 있습니다.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해빙을 찾아 헤매다 굶어 죽는 북극곰이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직접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빨리 교토의정서에 비준하라고 호통을 치거나 시진핑 중국 주석을 설득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스스로 팍팍 줄이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모처럼 신나는 오늘밤 꿈을 위해서 남겨두고,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내가 매일 찍어내는 탄소발자국( http://www.greenstart.kr/TPLS/FLEX/GreenStart_E0004.swf)을 줄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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