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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수욕장에서 튜브 너무 믿지 마세요

튜브 사고 속출

[취재파일] 해수욕장에서 튜브 너무 믿지 마세요
지난 달 26일 강원도 동해안 해변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가운데 4건을 간추려 봤다. 

# 낮 12시 27분, 고성 청간정 앞 해상.
42세 남자 등 일행 4명 표류 도중 갯바위에 고립

# 오후 1시 55분, 강릉 경포해변
13세 남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림

# 오후 3시 30분, 강릉 경포해변
38세 여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림

# 오후 4시 30분, 강릉 경포해변
37세 남자 먼 바다로 표류

다행히 이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고 생명에도 이상이 없다. 사는 곳도,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겐 “같은 날, 동해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고 당시 튜브를 이용해 물놀이를 즐기다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튜브를 너무 과신”했거나 “튜브를 잘못 사용”해서 놀다가 사고를 당했다.   

피서철을 맞아 해수욕장마다 튜브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빈발하는 정도가 아니라 튜브 사고는 다른 유형의 사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강원 동해안에서만 지난달 60건이 넘는 튜브 관련 사고가 났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부력의 아이러니, 전복

튜브는 해수욕을 즐기는데 거의 필수품에 가깝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안전을 위해서,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놀이 방법을 위해 튜브를 사용한다. 체력이 약한 여성과 노약자들에게 튜브는 아주 요긴한 안전도구이다. 디자인과 색상도 예뻐서 여름철이면 해변마다 노란 튜브가 물결을 이룬다.

튜브는 부력을 높이기 위해 부피는 크게 하고 무게는 가볍게 만들어져 있다. 튜브 안쪽으로 사람의 몸이 통과해야할 공간이 있고, 팔 길이에 맞춰 손잡이가 붙어있다. 여러 조건을 맞추다 보니 사람을 물 위에 뜨게 하는 목적은 아주 잘 달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 두꺼워 보이는 통통한 형태가 돼버렸다.

용도에 맞게 튜브를 몸에 끼고 손잡이를 잡고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용방법을 어기고 튜브 위에 걸터앉거나 드러눕게 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부력이 좋지만 가볍고 부피가 큰 튜브 위에 사람이 드러눕게 되면 무게 중심은 튜브를 몸에 끼웠을 때보다 많이 높아지게 된다. 이 자세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예기치 못한 큰 파도가 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언뜻 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너울이 작은 파도와 큰 파도가 긴 시간에 걸쳐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너울의 크기는 해저 지형과도 관련이 있어서 튜브 위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다 보면 조금 전까지 괜찮았던 파도도 금방 위험해질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큰 파도에 중심을 잃게 되면 튜브에서 떨어져 바다로 빠질 수밖에 없는데 수영을 할 줄 모른다면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수심이 얕은 곳에서 뒤집어지면 목숨이 위태롭진 않더라도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 튜브에서 뒤로 넘어지면 머리를 땅에 크게 찧거나 목뼈를 다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달 28일 경포해변에서는 40대의 여자 피서객이 튜브에서 떨어지면서 백사장에 머리를 찧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모래에 피부가 쓸리면서 찰과상을 입기도 한다.
튜브

망망대해로의 표류

튜브 사고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은 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표류사고다. 튜브 위에서 신나게 놀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해변에서 멀어져 가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람 때문. 여름철 바닷가에서는 주로 바다 쪽에서 들어오는 해풍이 불지만 가끔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바람이 불기도 하는데 이 때 자칫 방심하다가는 먼 바다까지 튜브에 실려 나가게 된다.

표류 사고는 이안류(Rip Current)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이안류는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이 특정 지역에서 바다 쪽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폭이 좁게는 수 미터에서 넓게는 수십 미터에 이른다. 해양 전문가들과 해양경찰에 따르면 이안류는 주기가 긴 너울성 파도가 해안 정면에서 들어올 때 주로 발생하는데 파도의 방향과 주기, 해저 지형과 관계가 크다고 한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동해안에서도 가끔 발생한다고 한다. 이안류를 만나면 튜브는 피서객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다 쪽으로 급격히 빠져 나간다. 한번 밀려난 튜브는 점점 더 멀어져 경우에 따라서 수 백 미터씩 떠내려가기도 한다. 해양경찰은 “물놀이는 꼭 바다 위에 표시해 놓은 수영 안전선 안쪽에서 즐기고 틈틈이 자신의 위치가 어디 쯤 인지 확인해 줄 것”을 당부한다.

지난 3년간 전국의 해수욕장에서는 4천 건 가까운 안전사고가 발생해 6천 5백여 명이 구조되고 14명이 숨졌다. 구조된 인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65%인 4천 3백여 명이 부주의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 해경 실무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90% 가까운 사고가 튜브에 의한 사고”라고 한다. 수영미숙으로 인한 해수욕장 사고는 고작 17% 정도에 그치고 있다. 사고는 한순간이라고 한다. 몇 년씩, 또는 며칠이나 몇 시간을 안전하게 놀아도 한 번의 방심, 한 번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진다. 안전한 곳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는 게 최선의 예방법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구명조끼도 입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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