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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저도의 추억' 아마도 그것은…

[데스크칼럼] '저도의 추억' 아마도 그것은…
1973년 8월 영국의 섬머랜드 호텔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려고 호텔을 찾았던 투숙객 30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크게 다친 영국 최대의 화재 사건이다.

몇 년 후, 한 심리학자가 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생존자 면접을 통해 그는 놀라운 결과를 밝혀냈다. 화재가 발생하자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은 서로를 찾아 잃어버리지 않고 함께 사력을 다해 도망쳐서 대부분 생존했다. 반면 친구 단위로 왔던 휴양객들은 제각기 흩어졌고 불과 4분의 1만이 살아남았다.

이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는 위기 상황에서 가족이 놀라운 대처 능력을 보이는 것은 가족애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은 그런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30일) 휴가지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35여 년 지난 오랜 세월 속에 늘 저도의 추억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이곳에 오게 되어서 그리움이 밀려온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는 저도의 모습…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는 마음을 사로잡는다" 고.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 시절 이곳(저도)에서 휴가를 보냈다. 소녀시절이었던 지난 67년,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때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는 윗옷을 벗은 채 경호원들과 배구를 하거나 바다에 뛰어들었다.

또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캔버스에 그림도 그렸다. 아련한 옛 기억이다. 19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의 저격으로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잃은 뒤에도 아버지는 이곳을 찾았다. 아버지는 아내를 그리며 한 줄의 시를 이렇게 지었다. "아내와 함께 거닐던 곳에 혼자 와 보니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

박근혜 휴가_500
당선 전 지인들에게 "언젠가 저도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박 대통령이 첫 휴가지로 저도를 선택했다. 아마도 그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일지 모르겠다. '저도의 추억'을 그리는 마음은 네티즌들에게도 전달된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저도 여름휴가 소식이 전해지면서, SNS에는 "부모님의 추억을 그리는 따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잠시나마 평화로운 휴가를 보내세요", "멋진 사진입니다. 저도 저도에 가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같은 응원의 글이 쇄도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에 있는 저도(猪島). 부산 천가동과 거제도 장목면을 연결하는 거가대교 2주탑 사장교와 3주탑 사장교 사이에 위치한 섬이다. 이 일대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투명한 바다빛깔과 아름다운 17개의 해수욕장, 해금강과 외도 등 절경을 가진 명소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돼지섬으로 불리는 저도는 단연 으뜸이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가 그래서 있는 걸까.

"거가대교가 생기기 전엔 저도 앞바다로 대구 떼가 몰려 다녔어요. 거제도는 대구가 유명해서 부산 사람들도 찾아와서 사갈 정도였죠. 거가대교가 생기면서 물길은 달라졌지만, 지금도 거제도 식당 중엔 아침에 배를 타고 나가 직접 잡아온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이나 장어구이가 별미입니다" 언젠가 거가대교를 지날 때 들었던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갑자기 떠오른다. 나도 오늘은 거제 앞바다 생선으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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