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치마 입은 남자들 "반바지 입게 해달라"

[취재파일] 치마 입은 남자들 "반바지 입게 해달라"
"반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 DJ DOC 'DOC와 춤을' 中


 
언제 들어도 신나고 마음에 와닿는 DJ DOC의 'DOC와 춤을'의 가사 일부입니다. 이 노랫말은 찌는 여름 긴 바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사람들에겐 '아, 내 얘기구나' 싶지요. 그런데 이런 심정은 국경이 없나 봅니다.

*** 치마 입은 남학생들

최근 영국 남서부 위트처치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치마를 입어 화제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체육 시간에 입는 반바지를 입고 등교하게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는데, '단정한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교칙을 들어 학교측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항의 차원에서 '치마'를 선택했습니다. 여학생들은 여름이 되면 시원하게 치마를 입는데, 왜 남학생들은 긴바지를 입어야 하냐는 겁니다. '치마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최근 너무 더워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두통도 생겼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이들의 치마 시위'가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교장실에 불려가 다시 바지로 갈아입어야 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은 완강합니다. 교칙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고, 더위는 학교가 날씨와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면 된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내년에라도 반바지 착용이 허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반바지 투쟁'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소식 보시면서 '영국의 여름이 뭐 그리 덥다고 호들갑이지? 원래 시원하잖아' 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영국은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올 여름은 다릅니다. 최근 35도에 육박하는 이상 폭염으로 영국에서는 벌써 760명 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 치마 입은 남자들, 또 있다…스웨덴 기관사들

조지현 취파용

더위에 긴 바지가 버거운 건 남학생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달엔 스웨덴 철도회사 '아리바'의 기관사들도 '치마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 역시 사측에 ‘기관실 온도가 35도까지 올라 너무 더우니, 반바지를 입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들어주지 않았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복장 규정의 허점을 이용한 겁니다. "직원은 바지나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로 성별은 명시돼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관사들은 지난 겨울 새로운 복장 규정이 발표될 때부터, '여름이 되면 이 규정을 이용해 치마 시위를 벌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기관사들이 치마를 입었다는 소식은 유럽은 물론이고 전세계 언론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치마 시위'에 참가한 기관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전세계적인 호응에 크게 놀랐고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기관사들이 치마를 입은 지 2주 만에 사측은 두 손을 들었습니다. 반바지를 허용한 거죠. 단, "원하면 언제든 다시 치마를 입는 건 자유"라는 재미난 단서를 달았습니다.

*** 2년 전에도 이미 있었던 일?

그런데, '치마 시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 2011년에도 영국의 한 소년이 긴바지 교복 대신 치마를 입어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조지현 취파용

바로 이 소년, 당시 12살이던 크리스 화이트헤드입니다. 화이트헤드 역시 학교의 복장 규정에 반발해 여동생의 치마 교복을 입고 등교했습니다. 화이트헤드의 논리도 같습니다. '여학생들은 여름이 되면 치마나 바지 중에 선택해 입을 수 있는데, 왜 남학생은 긴바지만 입어야 하냐'는 겁니다. 당시 화이트헤드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 기쁘다"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용감하게 치마를 입은 아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화이트헤드의 행동 역시 유명세를 탔고, 그 해 가을 유명한 자유상의 최연소 수상 후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 여름에 긴바지 입는 남학생, 겨울에 치마 입는 여학생

저 역시 교복의 추억은 좋지만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위와 더위를 많이 타는데다, 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냉난방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당시 저와 친구들의 소망은 '겨울에 바지 교복을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였습니다. '1990년대에는 우리가 이렇게 치마 교복만 입지만 나중에 2000년대가 되면 여학생은 치마만 입는 부당함은 없어지겠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2013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겨울에 바지 교복 입는 여학생을 저는 거의 못봤습니다. 학생이든 학생이 아니든 남자들도 여름에 시원한 반바지 입고 싶고, 여자들은 겨울에 따뜻한 바지 입고 싶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마음입니다. '유니폼' 규정을 둔 학교와 회사가 그 옷을 '입는 사람들'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