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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독도의 신음 - 독도는 간밤에 잘 자지 못했다

쓰레기로 신음하는 독도

[취재파일] 독도의 신음 - 독도는 간밤에 잘 자지 못했다
“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

1982년 가수 정광태씨가 부른  “독도는 우리땅 (가수 정광태)”이다. 발표와 동시에 어른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4절까지 외워 부를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거의 국민가요 수준의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불과 11년 뒤 또 다른 독도 노래가 나온다.

“ 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

서유석씨가 부른 홀로아리랑(1993년). 이 노래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며 아직까지도 자주 불리는 국민 독도 노래로 남아있다.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작은 바위섬. 외형상으로는 보잘 것 없는 작은 바위섬이지만 독도는 언제나 우리의 자존심이자 보살피고 돌봐줘야 할 막내 동생 같은 존재다. 그래서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은 뜨겁다.

육지는 물론 해저까지 독특한 자연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336호로 지정돼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상징적 가치는 대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독도가 최근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겉보기엔 여전히 아름답지만 바닷속 깊은 곳에는 각종 쓰레기가 쌓이면서 상처가 깊어가고 있다.

쓰레기는 주로 서도 앞바다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고기잡이에 쓰였던 그물과 밧줄인데 바위나 버려진 폐자재에 걸려 한데 뒤엉켜 버렸다. 높이 4~5미터에 둘레 10여 미터에 달하는 대형 쓰레기 더미부터 3~4미터 길이의 작은 쓰레기 더미까지 다양하다. 일부 그물과 밧줄은 분해되기 시작해서 바닷물에 녹아들고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철재 구조물과 선박 잔해물인 FRP 부스러기, 통발 그물도 중간 중간 방치돼 있다. 울릉군청이 추정하고 있는 독도 주변 해양 쓰레기는 대략 30톤 정도. 그렇다면 이 쓰레기들은 도대체 왜 생긴 것일까?

독도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이라 어장형성이 좋은 곳이다. 이 때문에 많은 어선이 이 일대를 찾아와 그물을 놓고 있다. 그런데 태풍이 오거나 파도가 거세지면 그물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빠른 조류에 그물이 떠내려가서 암초에라도 거리게 되면 밧줄을 잘라 그물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 그물과 밧줄이 고스란히 독도 바닥에 쌓이는 것이다.

독도 크게 방문객이 늘면서 독도 주변 바다의 오염도 늘고 있다. 독도 방문은 지난 2005년부터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는데 이후 7년 만에 방문객은 5배 늘었다. 지난해에만 20만 명이 넘는 국민이 독도 땅을 밟았다. 폭발적으로 방문객이 늘면서 여객선이 커지고, 접안횟수가 늘면서 선착장도 크고 넓어졌다. 공사 과정에서 일부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갔고, 관광객들이 실수로 흘리거나 버린 쓰레기도 바다를 오염시킨다. 독도 주민이자 독도리 이장인 김성도씨에 따르면 독도를 찾아와서도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오염에 수온상승까지 겹치면서 독도 주변 해역에도 바다가 사막처럼 변하는 갯녹음이 번지고 있다. 어민들의 강도 높은 조업이 이어지고, 버려진 어망에 의해 어패류 피해가 늘고, 갯녹음 피해까지 겹치면서 독도 주변의 물고기와 해산물이 크게 줄고 있다. 김성도씨는 요즘 들어서는 잡을 만한 게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 일도 그리 만만치 않다. 우선 쓰레기 있는 곳이 수심 10~20미터의 물속인데다 그물과 밧줄이 뒤엉켜 무게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이버 몇 사람 동원해서 들고 나오기 힘든 정도이다. 실제 울릉군은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쓰레기 수거를 시도했는데 고작 6톤 정도 수거하는데 그쳤다고 한다. 대형 선박을 동원하면 좋지만 우선 예산이 문제다. 또 1년에 채 절반도 여객선이 접안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도의 기상이 나쁜 날이 많은 것도 쓰레기 수거를 어렵게 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 모든 분야를 놓고 볼 때 국민들이 가장 하나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 몇 안 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가 아닐까 한다. 남녀노소 시대를 불문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병들고 있었다. 모든 게 너무 편해진 세상처럼 우리는 너무 쉽고 편하게 말로만 독도를 사랑하진 않았을까? 독도 노래만 목청껏 부르면 우리가 정말로 독도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착각하면서 말이다. 독도는 간밤에 잘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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