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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대형 참사와 정신나간 '숫자 괴담'

[데스크칼럼] 대형 참사와 정신나간 '숫자 괴담'
# 숫자와 관련된 '괴담'은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언급된 '666'이 대표적이다. '악마의 숫자 666'은 흔히 사탄 또는 적그리스도로 해석된다. 그래서 기독교인은 이 숫자를 아주 터부시한다. 지난 2006년 6월 6일, 우리나라는 현충일이었지만 '짐승의 숫자 666'과 공교롭게 일치한다하여 유럽에선 임산부들이 당일 출산을 조절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1906년 6월 6일 이후 100년 만에 도래하는 이날 분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미국 폭스(FOX)사는 '666'을 상술로 활용했다. 적그리스도 출생을 그린 공포 스릴러물 '오멘'의 리메이크작 '오멘 666'을 2006년 6월6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한 것이다. 당시 한 네티즌은 폭스도 악마의 숫자를 타고난 기업이라고 주장해 화제를 부추겼다. F는 알파벳 순서에서 6번째, O는 15번째(1+5=6), X는 24번째(2+4=6)로 각 숫자를 합하면 666이 된다는 것이다.

# 이런 '숫자 괴담'은 종말론과 맞닿아 있다. 999년 중세 유럽에서 종말론은 가장 득세했다. 당시 유럽인들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부는 나팔소리에 따라 모든 지하의 시신들이 되살아나며 인류가 최후의 심판대에 설 것이라는 공포에 떨었다. 당시 교황청에서 이를 부정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1666년에도 666이라는 숫자와 함께 종말론이 유럽을 휩쓴 해로 기록되고 있다. 때마침 발생한 영국 런던의 대화재와 맞물리면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고 성서에 나오는 아마겟돈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종말론이 극성을 부렸다.

1999년에도 종말론은 활개를 쳤다. 1999년 7월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올 것이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종말론을 더욱 부채질했다. 숫자 2000을 인식하지 못하는 컴퓨터의 오작동으로 대륙간 탄도탄이 발사되고, 사회가 뒤죽박죽되면서 인류가 멸망한다는 이른바 ‘Y2K’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다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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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 SNS 상에선 숫자 7과 관련된 괴담이 퍼졌다. 사고가 7월 7일 새벽에 발생했고, 사고 항공기 기종이 보잉 777이었으며, 사고 항공기에는 한국인 77명이 탑승해 있었다는 것이다. 또 중국·일본 국적 142명(1+4+2=7), 미국 국적 61명(6+1=7), 승무원 16명(1+6=7)"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사고기 편명 OZ 214(2+1+4=7)에 나오는 각 숫자를 더하면 역시 7이 나온다는 점, 사고 여객기가 2006년 3월 당시 국토해양부에 등록돼 올해로 운항 7년째라는 점도 소문의 확산을 부추겼다.

이런 괴담에 대해 네티즌들은 "우연의 일치라기엔 심란할 정도" 라거나, "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무섭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 그들에겐 큰 사고도 그저 숫자 놀음의 대상밖에 안되나 싶어 심란했다. 괴담'이란 원래 멀쩡한 제 정신에는 믿을 수 없는 헛소문임이 분명해도, 일단 믿으면 제 정신을 잃게 만드는 요물인 법인데, 그들은 아직 그걸 모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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