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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스틴 비버의 원숭이 vs. 실험실의 침팬지

[저스틴 비버의 원숭이]

현지시간으로 26일. 독일 호덴하겐의 동물원에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말리라는 이름의 원숭입니다. 종류는 '흰목꼬리감기 원숭이'로 이제 생후 8개월 정도 됐습니다. 말리는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관람객들 사이에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애완용으로 키우던 원숭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말리가 호화로운 비버의 저택을 떠나 독일까지 오게 된 이유는 조금 황당합니다. 비버는 말리를 무척 아꼈습니다. 그래서 올초 월드투어에 나서면서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독일 뮌헨 공항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방접종 서류를 비롯해서 검역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한 게 드러난 겁니다. 비버는 결국 말리를 공항 검역당국에 '압수'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말리의 소유권이 공식적으로 독일로 넘어가자 독일 당국이 말리를 세렝게티 파크라는 동물원에 보냈습니다. 말이 동물원이지 사파리형의 넓직한 자연공원입니다.

말리는 동물원으로 이사하기 전에 여러 주에 걸쳐서 예방접종도 받고 최근 며칠 동안은 자연 상태에 적응하는 훈련까지 받았습니다. 사람 손을 타는 '애완'으로 살다가 갑자기 야생 환경으로 옮긴다는 건 엄청난 변화니까요. 실제로 말리는 비버와 반 년을 살면서 '반 사람'이 됐답니다. 애프터 쉐이빙 로션이나 향수 같은 물건들도 알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야생으로의 복귀가 처음엔 무척 충격적이고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겠지만, 결국은 말리에게 좋은 일이 될 거라고 얘기합니다. 진정한 '원숭이'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거니까요.


[실험실의 침팬지]

독일에서 원숭이 말리가 화려한 '제 2의 삶'을 시작한 그 날. 미국에선 실험실에 갇혀 있던 침팬지 310마리가 해방됐습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의학 실험용으로 길러 오던 침팬지들을 모두 풀어주기로 한 겁니다. 침팬지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그만두기로 한 거죠. 미국 정부는 일단 260마리를 먼저 풀어준 뒤 나머지 50마리에 대해서도 5년 안에 필요성을 재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미국 의학연구소는 이미 지난 2011년에 침팬지에 칼을 대는 의학 실험은 더 이상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침팬지를 이용한 실험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러다 세계적으로 침팬지를 이용한 실험을 중단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동물실험에 반대해 오던 많은 이들은 만세를 부르며 미국 정부의 '결단'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인간과 유인원의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에 차질을 빚게 될 거라며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논란은 매우 뿌리깊은 것입니다. 동물애호가든 아니든, 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그것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라면 동물의 '희생' 쯤은 감수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찬반 양론이 여전히 팽팽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역시 가능한 한 동물실험을 줄이자는 쪽입니다. 특히, 생명에 관련되는 의약품 연구는 몰라도 화장품, 심리학 실험에까지 동물을 이용하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윤리 차원을 넘어, 동물실험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현실적인 증거들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탈리도마이드 사건'입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3년 서독에서 만들어 57년부터 판매된 임산부용 입덧 방지젭니다. 각종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부작용 없는 기적의 약'이라는 광고 속에 세계 50여 나라에서 판매됐습니다. 개, 고양이, 쥐, 햄스터, 닭 등등 실험에 동원된 동물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60년부터 61년 사이에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46개국에서 무려 1만 명 넘는 기형아가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에게 태어났습니다. 특히 임신 후 42일 이전에 이 약을 복용한 산모는 100%가 사지가 없거나, 사지가 있어도 매우 짧거나, 손가락 발가락이 모두 없는 기형아를 출산했습니다. 그 많은 동물실험으로도 이런 엄청난 부작용을 잡아내지 못한 거죠.

침팬지 역시 마찬가집니다. 유인원인 침팬지는 유전자의 98% 이상이 인간과 똑같습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각종 동물실험의 가장 인기있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749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침팬지를 이용한 연구가 인간의 질병 치료법 개발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에이즈 연구입니다. 한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침팬지를 이용해 AIDS 치료법을 찾으려 애썼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후 침팬지는 인간과 달리 에이즈에 걸려도 면역력이 떨어지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98%가 같다는 건 '98%가 같다'는 뜻이지 100% 일치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족한 2%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고 침팬지를 침팬지로 만드는 거죠.

미국 정부가 실험실의 침팬지들을 해방시킨다는 '결단'을 내렸지만 아직 갈길은 멉니다. 일단 당장 침팬지 들이 여생을 보낼 마땅한 장소를 아직 물색하지 못한 상탭니다. 또 이 녀석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관리하는데 들일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고요.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실험실에서만 살아온 침팬지들을 놓아줘 봤자 오래 못 살 거라는 얘기도 합니다. 이들에겐 야생보다 실험실이 더 '안전한' 장소라는 주장도 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양론 중에 어느 한 편을 들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야생에 나가 봤자 곧 죽을테니 그냥 계속 실험용으로 두자는 주장은 듣기에 몹시 불편합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세계적인 톱스타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애프터 쉐이빙 로션과 향수 냄새에 익숙하게 살아왔던 말리 조차 초원에서 얼마나 편안해 보이는지, 자연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지 봤다면, 어느 누구도 그런 주장은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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