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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앤젤리나 졸리의 용기있는 선택, 그 파장은 어디까지?

[취재파일] 앤젤리나 졸리의 용기있는 선택, 그 파장은 어디까지?
할리우드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는 고백이 연일 화제입니다. 졸리는 어제(14일) 직접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보내서 수술 사실을 알렸습니다. 외신에서 이 뉴스를 접한 순간 몇 년 전 봤던 드라마가 떠올랐습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였는데, 졸리가 받았던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다룬 에피소드였습니다.

의학분야에 무지한 터라, 드라마를 보면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검사 결과를 받은 뒤 수술을 받을지 말지를 두고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갈등이었습니다.

다른 부위도 아닌 유방이나 난소를,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검사 결과를 근거로 '예방적으로' 절제한다는 건 정말 당사자인 여성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한참 생각했었습니다.

글 속에서 졸리는 그 어려운 선택을 내린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처한 현실에 적극 대처해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용기에 많은 이들이 감탄과 격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CNN의 한 앵커는 생방송 중 졸리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며 자신도 미루던 예방적 유방 절제술을 받겠다고 공개선언까지 했을 정돕니다.

졸리의 이번 고백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졸리는 글 속에서 어려운 고백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로 "암이라는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 방법이 있다는 걸 다른 여성들에게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이 수술받았던 담당의사 블로그( http://www.pinklotusbreastcenter.com/breast-cancer-101/2013/05/a-patients-journey-angelina-jolie/)를 통해 유전자 검사부터 수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치료 과정을 추가로 공개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
졸리는 우선 검사를 통해 자신의 BRCA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BRCA는 평소엔 암세포와 싸우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평균 65% 정도로 높아집니다.

BRCA는 BRCA1과 BRCA2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특히 두 유전자 모두 돌연변이가 있고 가족력까지 있는 경우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80%,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50% 정도로 치솟습니다.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숨진 졸리는 주치의로부터 유방암 발병 확률이 87%, 난소암 확률이 50% 정도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런 경우 암에 걸리기 전에 미리 절제술을 받으면 유방암은 90% 이상 예방이 가능해집니다. 참 획기적인 기술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비용입니다. BRCA 유전자 검사는 비용이 우리 돈 300만 원 정도나 듭니다. 이 유전자를 발견한 미리어드 제네틱스라는 회사가 특허를 갖고 있어서 검사를 독점하기 때문입니다. BRCA 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선 인간 전체 유전자의 40%가 유전자를 발견한 업체에 특허로 등록돼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를 분리하는 행위에 사람의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특허를 신청했고 당국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간의 유전자에 특허가 있다는 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벌써 몇 년 째 지루한 법정공방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시민자유연합과 공공특허재단이 BRCA의 특허권을 가진 미리어드사를 상대로 특허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유전자는 자연의 산물이라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유전자에 특허를 주면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막고 검사 및 치료 비용을 높여서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게 원고측의 주장입니다. DNA 구조를 처음으로 규명해서 노벨상을 받았던 제임스 왓슨도 원고 가운데 한 명입니다. 반면 업체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연구가 더 활성화된다며 특허를 없애면 오히려 연구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소송은 2009년 시작됐는데, 1심에선 특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원고 측이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선 특허권을 지키려는 피고 측이 승소했습니다. 이제 대법원 판결만 남았는데 판결은 다음 달 나올 예정입니다. 마지막 심판의 결과는 향후 유전자 치료 및 연구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졸리의 '고백'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졸리는 뉴욕타임스 기고문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마다 유방암으로 숨지는 여성이 세계적으로 45만 8천 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평균 이하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입니다. 더 많은 여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예방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합니다. 미국에서 3천 달러에 달하는 BRCA 검사비용은 많은 여성에게 큰 장벽입니다...(중략)...제가 이런 고백을 하는 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암의 그림자 아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혹시라도 발병 위험이 크다면 그들 역시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졸리의 고백은 아마도 다음 달 열릴 미국 대법원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졸리의 용기를 응원하는 만큼 졸리의 소망에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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