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데스크칼럼] 인위적인 엔저(円低)가 치를 대가는?

[데스크칼럼] 인위적인 엔저(円低)가 치를 대가는?
일본 경제가 다시 활기를 되찾는 듯 하다. 엔저(円低) 덕분이다. 일본은행의 '무제한 돈 풀기'가 효과를 나타내며, 특히 자본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달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순매수 금액이 2조6800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세계 주식시장에서 일본의 매매대금 점유율은 16%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오르는 초호황을 맞고 있고, 증시 급등에 따라 일본펀드 수익률 또한 50%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일본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엔저는 기업에도 날개를 달아줬다. 자동차 업종의 대표주자 토요타는 2012 회계연도 연결기준 순이익이 240% 급등한 9621억 엔, 매출은 19% 오른 22조641억 엔, 영업이익은 270% 뛴 1조3208억 엔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실적이 더 개선돼, 2013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는 1조3700억 엔, 영업이익은 1조8000억 엔이 예상된다. 부활을 꿈꾸는 전자업계도 화색이다. 소니는 지난 3월 마감한 2012 회계연도에 430억 엔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소니가 흑자 전환한 것은 지난 2007 회계연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엔저로 인해 수입 식품가격과 화석연료 가격은 오히려 올라, 일본 서민들의 가게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은 3.11 대지진 이후 대부분의 원전 운행을 중지하면서 발전량의 90% 이상을 화력발전소에 의지하고 있다. 달러당 100엔대가 계속될 경우, 연료 수입액만 올해 최대 9조엔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전력 회사 10곳과 대형 도시가스 업체 4곳이 다음 달부터 가격인상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곡물 같은 수입식품의 가격 상승은 서민 가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지만, 기업의 임금인상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지금까지 일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됐던 것은 '높은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 건정성의 여력'이었지만, 이것 마저 흔들리며 국가 신용도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무리한 양적완화 정책이 공적채무의 증가로 이어져 엔저를 유도하지만,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금리상승과 공적채무의 이자 증가를 야기하면 재정파탄을 유발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공적채무 총액은 1천조 엔으로 금리가 1% 오르면 10조 엔의 이자가 증가한다.(참고로 일본의 공적채무는 GDP 대비 218%로, 미국의 107%, 이탈리아 128%, 그리스 159%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인위적인 인플레를 겨냥한 아베의 엔화약세 정책이 일본에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의 저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엔저가 일본 경제에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사례로 소니를 거론했다. 그는 "최근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소니는 애플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지도, 생산성을 높이지도,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체질 개선을 하지도 못했다"면서 "소니의 흑자는 지난 해 11월 이후 엔화 가치가 20%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페섹은 또 엔화 약세가 환율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일본 입장에선 악재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최근 G7(주요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저 정책에 면죄부를 받은 만큼 경기 둔화에 고심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약세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엔저로 우리 경제는 숨통이 막히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약세 정책은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지만 변비 걸리는 자충수'이기 때문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히노마루와 731이란 숫자가 선명한 훈련기 안에서 웃고 있는 아베는 머지않아 격추될 테니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