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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남양유업 사장은 '총알받이'?

[데스크칼럼] 남양유업 사장은 '총알받이'?
실수와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느냐다. 기업의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마음이 상한 소비자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으면 기분이 풀리고 사태도 점차 누그러진다. 그런데 오늘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실망이다.

기업이 위기에 대처한 두가지 대비되는 사례가 있다. 일본의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은 75년 역사의 명문 기업이었다. 일본내 유제품 시장 40%를 장악한 업계 1위 유가공회사였지만, 지난 2000년 오염된 우유를 출하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다. 문제는 발생한 식중독이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회사 최고책임자의 태도였다. 거짓말과 발뺌으로 일관하다 회사는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는 달랐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누군가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넣어 7명이 숨졌다. 식품의약국(FDA)은 시카고 지역의 타이레놀을 모두 수거하라고 권고했다. 이 때 제임스 버크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시카고만이 아닌 미국 전역에서 3100만병을 회수했다. 2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했다. 약품도 쉽게 뜯고 다시 붙일 수 있는 캡슐에서 3중 봉합 알약으로 바꿨다. 타이레놀은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한다.

남양유업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걸 보면 나만 실망한 건 아닌 것 같다. 사과 직후, SNS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1300개나 올라왔다. 트위터 이용자(@bad***)는 "대리점주에 대한 보상이 먼저"라며 "대국민 사과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noo***)는 "대국민 사과는 매출하락을 우려한 것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용자(@bom***)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구나"라며 "불매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
왜 그럴까? 사과의 진정성이 문제였다. 네티즌들은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과 밀어내기 매출 같은 '도덕불감증 경영'은 남양유업의 기업문화인데, 어떻게 오너가 참석 조차 안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홍원식 회장의 '회장' 호칭은 공식적 직위가 아니라 회사 대주주이기 때문에 부르는 호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평소 회사 업무와 관련된 의사 결정은 홍 회장이 아니라 사장이 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지금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홍원식 회장이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등기임원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 인터넷 언론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시된 남양유업의 2012년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원 및 직원의 현황'에서 홍 회장의 직위와 담당 업무가 '회장'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홍 회장이 공식적인 회사의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지난 달 18일부터 계속 주식을 매도한 홍 회장은 오늘도 주식을 또 팔았다. 확보한 대금이 70억원이 훌쩍 넘는 액수다. 증권거래소는 "남양유업 회장의 주식 매각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의 특정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 회피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각한 것인지에 대해선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는 월급쟁이 사장이 대신하고, 정작 본인은 보유한 주식 파는데만 열심인데 어떻게 사과의 진정성이 느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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