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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 특수부가 허약해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취재파일] 검찰 특수부가 허약해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특수수사가 허약해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정답은 간단하다. 특수수사를 받는 대상이다.

특수수사의 대상은 누구인가? 속된 말로 하자면 '센 놈'들이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재벌과 대기업, 금융인, 그리고 넓게 보아 특수수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강력부의 수사 대상인 조폭과 마약사범들이다.

그 간의 특수수사에는 문제가 있었다. 센 놈을 못 잡았다는 게 아니다. 센 놈들을 잡긴 잡았는데, 이상하게 대통령이 싫어하는 '센 놈'들에게 특히 더 가혹했다. 대통령과 친한  진짜 센 놈들도 가끔 잡긴 잡았는데, 대통령 힘이 빠질 때 쯤 돼서야 잡아들였다. 변명할 거리가 없지는 않다고 한다. 제보와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특수수사의 성격상, 힘 빠지기 전에 진짜 센놈들에 대해 진술할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구차하다. 검사는 '수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그간 검찰 특수수사에 정치적 편향성이 존재했다는 지적에 대해 검찰은 할 말이 별로 없다.

문제가 이러하다면 해법 또한 분명하다. '공정성'의 회복이다. 대통령하고 친한 놈이든, 대통령이 싫어하는 놈이든, 썩은 걸 보면 족족 베어내는 공정한 칼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결국 대통령이 칼 자루를 놓아야 한다. 대통령이 칼 자루를 휘두르지 못하게 하고, 그러면서도 민주적 통제를 가할 수 있는 방향, 결국 인사권, 예산권, 지휘권의 문제다. 검찰 특수부 개혁 논의는 마땅히 인사와 예산과 지휘권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논의가 영 이상하게 돌아간다. 특수수사에 공정성을 부여할 방안을 찾자는 게 아니라, 검찰의 힘이 너무 세서 문제니 특수수사에 힘을 좀 빼자는 식으로 일이 풀려나간다. 대신 그 능력을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4대악 척결에 투입하자고 한다. 특수부의 선임 검사들을 빼서 형사부에 배치하고, 형사부에서 질질 끄는 사건도 특수부에서 맡아 해결하라고 한다. 4대악 척결이 중요하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특수에서 힘을 빼서 4대악 척결에 쏟자는 말은 솔직히 배경이 의심스럽다.

다시 한 번 따져보자. 특수부가 허약해지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국회의원, 재벌, 고위공무원들이다. 센 놈들이다. 법을 만들거나, 법을 제정하는 과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들이다. 검찰개혁은 국회와 청와대가 만드는 법령에 달려있는데, 법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주요 세력은 모조리 특수수사의 주된 대상인 것이다. 그들의 선의를 지나치게 의심하지는 말자. 그러나 그들의 선의를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말자. 자신들의 목줄기를 노리는 칼을 꺾어놓자는데 이들의 이해관계가 여와 야를넘어 일치한다는 건 자명해 보인다. 검찰 개혁이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중수부 폐지'를 시작으로 특수수사 약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수사의 대상과 입법의 주체를 따져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수수사가 약화되면 누가 피해를 보나? 일반 국민이 당장 피해를 느끼지는 못한다. 4대악, 예컨대 강간범이 활개치면 국민이 당장 피해를 실감한다. 그래서 4대악 척결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패한 국회의원과 법을 무시하는 경제 세력이 발호한다면, 도려낼 칼이 무뎌진 틈을 타 이른바 '거악'이 갈수록 몸집을 키우고 결국 조직화된 형태로 자리잡는다면, 결국 더 치명적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손 바닥에 난 티눈보다 몸 안에서 자라나는 암 덩이가 더 무서운 법이다.

제발 검찰 문제를 다루며, 힘싸움과 진영논리의 렌즈를 끼고 의견을 개진하지는 말자. 검찰의 힘이 너무 세니 일단 힘을 빼야 한다는 논리, 검찰은 저쪽 편이니 칼을 빼앗아야  한다는 주장. 모두 문제를 합리적으로 다루는 태도가 아니다. 검찰은 원론적으로 그 누구의 편도 아니어야 한다. 검찰을 비롯한 부패 수사 기구는 마땅히 국민들의 것이다. 불행히도 지금까지는 국민의 검찰이라기보다, 대통령의 검찰에 가까웠다. 그걸 대통령 마음대로 못하게 바꿔놓는게 문제의 핵심 아닌가? 칼날은 그대로 벼려져 있는 채로 말이다.

현행 특수 수사 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으니 고쳐야 한다. 공수처? 필요하면 해야 한다. 상설특검? 거악 척결에 효과가 있다면 마땅히 도입해야 한다. 검찰을 수사할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나는 적극 동의한다. 다만 개혁의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말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고, 어떤 개혁을 실시하더라도 기준은 '부패 척결 기능의 강화'와 '정치적 공정성 보장'이다. 그런데 미처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중수부부터 폐지하고, 또 보완 기능이라고 논의되는 방안도 '부패 척결 기능' 강화나 '정치적 공정성 확보'와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렇게 검찰 특수부가 허약해지면 결국 웃음 짓는 이는 누가 될까?

이래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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