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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아베, 무식하니 용감할 수밖에….

[데스크칼럼] 아베, 무식하니 용감할 수밖에….
일본인들은 '가업승계'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회사에서 촉망받던 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의 우동가게를 지키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내는가 하면, 변호사가 자기 사무실을 접고 라면 집을 물려받기도 한다. 문제는 정치인들도 이런 '가업승계'를 흉내내서,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자기 자식한테 넘겨주고 대를 이어 정치인 가문을 만드는 것이다. 지구상 유례가 없는 '세습정치'다  

일제의 침략 사실 조차 부정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선대 잘 만나서 총리까지 하고 있는 세습 정치인이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가 숙부이며, 아베 신타로(安倍愼太郞) 전 외무성 장관이 아버지다. 겉보기엔 화려하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기품하고는 거리가 멀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는 군부 파시즘을 지지해 만주국 정부(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일본 괴뢰정권)에서 각료로 일하다 전후 A급 전범으로 스가모 형무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숙부인 사토 에이사쿠 역시 형의 도움으로 총리까지 했지만 1954년 조선(造船)독직사건의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일본 우익의 거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에서 외무장관 등 각료를 두루 역임했다. 87년 자민당 간사장에 오르며 총리를 눈 앞에 뒀지만, 정관계 인사에게 미공개 주식을 싼 값에 양도한 '리크루트 스캔들'에 휘말렸던 인물이다. 집안 전체가 극우 성향인 것은 물론 교도소와도 친근하다.

이런 가풍에서 자랐으니 아베 총리가 망언을 일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게다가, 그래도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도쿄나 게이오 같은 명문대를 졸업했는데, 아베 총리는 그러지 못했다. 일본에서 좋은 집안 자제들은 큰 문제가 없으면 누구나 갈 수 있는데 말이다. 아는 것은 차치하고, 생각 조차 없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문의 후광은 그를 정계에 입문시켰다.

93년 중의원 당선 이후 오랫동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그를 끌어준 것은 아버지 신타로와 깊은 관계가 있었던 고이즈미 전 총리였다. 아버지 친구가 잘 챙겨준 덕에, 그는 고이즈미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역임하고 이를 토대로 2006년 총리가 될 수 있었다. 관방장관은 우리로 따지면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합친 막강한 자리다.  

2007년 9월, 총리 취임 1년 만에 낙마했던 그는 지난 해 다시 총리가 됐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한 밀착 홍보전을 펼쳤다. 신문 인터뷰와 TV 출연 빈도를 늘렸고,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이례적으로 예능 성격이 강한 니혼TV의 아침 프로그램 '슷키리'에 무려 40분간 출연했다. 지금 그의 지지율은 70%를 웃돈다.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망언은 이런 높은 지지율이 불러 온 대참사다. 겸손을 모르는 자에게 칭찬은 그 자체가 독이다.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아베의 태도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때 아베 정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높은 지지율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아닌가"라고. 그나마 언론이라도 정신 차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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