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알퐁스 도데의 장편소설 '사포'는 원초적이고 농염하다. 첫눈에 반한 주인공은 여자를 안고 5층까지 올라간다. 처음에는 새처럼 단숨에 날아올랐다. 하지만 차츰 무게가 느껴지며 피아노를 운반하는 것처럼 헐떡거렸다. 마지막 계단은 무시무시한 바위에 짓눌리듯 숨이 막혔다. 내동댕이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작가는 사랑의 전말을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시작은 깃털처럼 가볍지만 끝자락은 쇳덩이처럼 무거워지는 것이 속성이라고.
그렇다면 '금지된 사랑'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떠할까? 그것이 형부와 처제간의 '금지된 사랑'이라면... 다음은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B씨는 법정에서 “민법상 결혼할 수 없는 형부와 처제 사이였기 때문에 일반적 사실혼과는 달리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A씨에게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 이태수)는 “형부와 처제 간 사실혼도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니 B씨는 A씨에게 1억5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형부·처제 간 결혼은 현행 민법상 혼인 취소 대상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록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혼이더라도 혼인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반윤리성, 반공익성이 낮다면 정상적인 결혼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2010년 형부와 사실혼 관계였던 처제가 형부 사망 후 낸 유족연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판례를 가사소송에 적용한 첫 사례라고 한다.
법 적용의 근거가 어떠하든 개인적으론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가 않다. 마치 막장 드라마에 면죄부를 준 것 같아 불편하다. 그들의 사랑도 사랑이었을 것이다. 들고 있자니 팔이 아프고 내려 놓자니 마음이 아픈... 고루한 탓에 화성에서 온 외계인과 출생의 비밀에 휩싸인 막장 드라마를 보는 한이 있어도, 그런 사랑을 법이 보호하는 판결은 아직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