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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추락하는 CNN 그 이유는?

[데스크칼럼] 추락하는 CNN 그 이유는?
“바그다드의 하늘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하늘이 불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1991년 1월16일, 1차 걸프전의 시작을 알린 CNN 종군기자 피터 아넷의 첫 멘트는, 안방에서 전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게 됐음을 선언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사막의 폭풍'이란 이름으로 단행된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그동안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못했던 CNN은 일약 세계 최고의 뉴스전문 방송국으로 거듭났다.

당시 로버트 위너가 이끄는 CNN 취재팀은 호텔 방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바그다드 거리를 향해 카메라를 고정시킨 뒤, 피터 아넷을 비롯한 앵커와 리포터가 돌아가면서 밤새도록 자신들이 눈으로 보고 들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이들의 생생한 보도는 전 세계 어느 방송국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긴박한 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줄 수 있었기에 전 세계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것이 CNN의 전부는 아니다. 로버트 위너의 CNN 취재팀은 바그다드 입성이 타 언론사보다 늦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뭔가 쓸 만한 '얘깃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래서일까. CNN의 첫 번째 바그다드 리포트는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 없이 '한탕주의'로 일관했다. 두 번째 보도 역시 후세인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전세계 특파원들로부터 거센 비아냥거림을 듣게 된다. 만회는 커녕 거꾸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고, 급기야 CNN 취재진이 묵는 호텔 방문에는 이런 글귀까지 나붙는다. "CNN=Voice of Iraq." 로버트 위너의 자서전을 영화화 한 '바그다드 통신'에는 당시 CNN의 이런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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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CNN 보도가 꼭 그 때 그 모양이다. CNN은 지금 간판 앵커 짐 클랜시가 서울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긴장된 어조로 전하고 있다. 분쟁이 나면 서울이 그라운드 제로가 될 것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방송에 내보내는가 하면, 평소 비치돼 있는 지하철 방독면을 마치 북한 위협 때문에 갖다 놓은 것처럼 소개하는 '오보'까지 쏟아내고 있다. 마치 게임이라도 하듯 전쟁 시나리오까지 제시한다. 다른 외신들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유독 CNN이 가장 심하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과장해 시청률 견인에 이용하려는 속셈이 보인다. 

CNN은 이미 오래전 '팍스 뉴스'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줬고, 2위 자리마저 'MSNBC'에 뺐겼다. 북한의 쇼로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상황을, CNN은 시청률 만회의 호기로 본 것 같다. 하지만 CNN의 이런 보도 태도가 과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반도 위기의 실체와 북한 선전술에 대한 심층 분석없이,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긴장 상황을 경마식으로 전하는 모습에서 쇠락한 CNN의 현재를 볼 수 있다. 지금 CNN은 한마디로 Voice of north korea인 셈이다. CNN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는 건 과연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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