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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회적배려자 전형' 진정 아이들 배려하려면?

[취재파일] '사회적배려자 전형' 진정 아이들 배려하려면?
 이번 취재는 서울 시내 한 유명 특목고의 현직 교사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시작됐습니다. 특목고나 국제중, 자사고에 사회적배려자 전형으로 들어온 아이들, 그 중에도 집안 형편이 어려워 특례입학을 한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는 겁니다. 어린 나이에 따돌림으로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된다는 이 선생님은, 이런 따돌림을 일종의 '악순환'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아이들이 유별나게 못되고 나빠서 '사회적 배려자'로 들어온 학생들을 왕따를 시키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사배자'로 들어온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면서 자연스레 따돌림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처음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배려'를 받고 들어온 아이들이니 만큼, 많은 도움을 받게 될텐데 왜 적응을 못할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취재를 나가 보니 현실은 이렇더군요.

 한 국제중학교 근처 교복집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이 사장님은 교복집 10년 넘게 한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국제중 교복은 너무 비싸다고 하더군요. 취재진이 찾은 국제중의 경우, 일단 교복의 구성품 자체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대부분 일반학교의 교복은 자켓, 셔츠(블라우스), 바지(치마), 조끼 4가지로 구성되는데, 이 국제중의 경우엔 여기에 코트, 후드티, 생활복, 사파리 점퍼를 더 사야 하더군요. 디자인도 일반 교복과는 달라서, 자켓 안감이 순모 이중 구조로 돼 있는 등, 가격도 비쌌습니다. 이런 비싼 교복을 종류대로 다 구입하면 100만원을 호가하더군요. 일반 학교 교복은 보통 한 벌에 20만원 조금 넘는다는데 말이죠. 일부 학교에선 사배자 학생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교복값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액 면제는 아니어서 지원금이 나와도 교복값에 힘들어 한다더군요. 이러다보니 사배자 학생들은 입학 하기 전 교복을 살 때 부터 위축이 된다는 겁니다.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돈 들어갈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스쿨버스만 해도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학생중에는 스쿨버스를 못 타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한 특목고의 경우 한 학기 스쿨버스 비용이 80만원이 넘더군요. 적은 돈이 아니다 보니,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자연스레 스쿨버스 이용을 포기하는 겁니다. 여기에 방학때는 해외 연수가지, 학교 끝나면 승마, 골프, 야구 같은 돈 많이 드는  특별활동 하지.. 학교생활을 하면 할수록 상류층 아이들과 집안형편 어려운 사배자 아이들은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배자 학생들이 학업 성적을 따라가지를 못한다는 겁니다. 과외 같은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못되는 학생이 많다보니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교실에 의존을 하게 되는데, 이 방과후 교실 조차도 한 학기 4~5만원의 비용을 받는다고 합니다. 설마 그 돈이 없을까 싶지만, 특별 전형으로 이들 학교에 입학한 일부 사배자 학생들은 실제로 한 달에 5만 원이 없어서 이런 방과후 교실조차도 참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갈수록 학업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은 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까지 생긴다고 합니다.

 이렇게 적응에 실패한 아이들은 방어기재 때문인지 튀는 행동을 한다고 하더군요. 일부러 엇나간다거나, 의기소침해 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자연스레 친구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따돌림으로 이어지는 건데, 그럴 수록 이런 친구들은 더더욱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겁니다. 이게 바로 따돌림의 악순환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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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학교측에선 누가 사배자인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설사 '사배자'란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도, '사배자'란 이유만으로 친구를 왕따 시키지도 않았고요.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학생들은 하나같이 '사배자'란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하는 학생은 없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사를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나누기 위해 쓴 것이 아닙니다. 다만, 들어갈 수 있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학교생활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는 그 악순환의 잘못된 구조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한마디로, 아이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제도의 문제를 되돌아 보고 싶었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그럼 어쩌자는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유토피아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빈부의 격차는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차이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입학 했냐고 되물으시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저는 진정한 배려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사배자 전형의 취지는 교육의 평등 실현입니다. 특히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국제중이나 특목고, 자사고의 경우,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형편 어려운 학생에게도 동일하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이 전형을 실시하고 있죠. 그렇게 좋은 뜻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뽑았다면, 뽑은 뒤에도 아이들이 불편함 없이 교육을 받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입니다. 나라에서 일정 비율을 사배자 전형으로 뽑으라니까 일단 뽑기는 뽑는데, 그 후 학교 생활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면, 사배자 전형은 '귀족학교' 오명을 벗기위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부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은 사배자 아이들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한 특목고는 매년 해외로 가던 수학여행을 사배자 전형이 시작된 이후로는 국내로만 다니고 있고요, 한 국제중은 교복 값을 학생 형편에 맞춰 전액까지 지원해 주기도 합니다. 이런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가 하나 둘 확대 될 수록, 적어도 가정형편 어려운 학생들이 '이럴 줄 알았으면 특목고 괜히 왔다'는 말 하는 일은 없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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