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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상설특검, '반쪽'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설특검,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취재파일] 상설특검, '반쪽'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수부를 상반기 내에 폐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습니다. 보완 입법 사항인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관련 법안도 상반기에 처리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사안이 많을텐데 상반기 안에 가능할까라는 우려는 잠시 접어둡시다. 일단 앞으로 도입한다는 상설특검이 무엇인지, 또 풀어야 할 쟁점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먼저일 것 같습니다.니다.

상설특검. 말 그대로 특별검사제도를 상설화한다는 뜻입니다. 특별검사제의 요체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검사를 임명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국회가 특별검사법을 제정해 수사를 개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상설특검은 다릅니다. 검찰총장이 지휘하지 않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을 마치 검찰처럼 상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다른 말로 '기구 특검'이라고도 하죠. 특검을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위 처럼 하나의 상시적인 '기구'로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상설특검과 관련된 가장 큰 쟁점은 특검의 수사대상 문제입니다. 기존의 특별검사제는 특검 법안에 수사 대상이 명시돼 있었습니다. 예컨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특검에 경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국고 낭비 혐의와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건만이 수사대상이었습니다. 상설 특검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기구인만큼 이런 식으로 특정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을 한정지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판사 검사를 포함한 고위 공직자, 그리고 국회의원 등 정치인,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상설특검이 수사 대상을 공직자와 정치인 외의 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도입 취지와도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기존 검찰 조직과 차이점이 없어지는셈이기 때문입니다.

특수 수사에 밝은 검사들은 그러나 상설특검의 수사 대상을 공직자,정치인, 대통령 친인척으로 한정할 경우 부패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다고 문제제기합니다.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사의 말입니다.

"대부분의 공직 부패 사건은 경제 사범 수사에서 출발합니다. 경제인들의 횡령이나 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하다 보면 비자금이 발견되고, 비자금의 사용처를 찾는 과정에서 정치인이나 공직자에게 로비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죠. 경제 범죄에서 특별수사가 출발한다는 것은 상식이고 기본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형 부패 사건인 저축은행 게이트 수사과정만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금감원이 문제가 된 저축은행 몇 곳을 영업정지 조치했고, 검찰은 발 빠르게 저축은행 대주주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을 구속했습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입에서 공직자들의 부패 혐의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의원, 정두언 의원 등이 저축은행 회장들의 진술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고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정치인들입니다. 이에 앞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도, 제일저축은행사건 때도 먼저 경제인들이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되고, 그 뒤에 이들의 입에서 공직자들의 부패에 대한 핵심진술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같이 결국 경제범죄 수사 과정에서 핵심 단서가 수집되기 때문에 경제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하지 않는상설특검은 공직부패 관련 첩보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른바 특수통 검사들의 의견입니다. 어떤 검사는 "경제 범죄는 기존의 검찰이 하고, 공직자 수사는 상설특검이 할 경우. 기존의 검찰은 공직 부패 혐의를 발견해야 하는 동기와 권한이 없어지고, 상설특검 측은 부패 수사의 단서가 사라집니다. 결국 아무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어집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상설특검의 독립성은 또 다른 쟁점입니다. 특검의 존재 이유는 '독립성'입니다. 기존의 특별검사제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고 통제하는 검찰의 수사는 믿을 수 없으니, 독립적인 특검을 임명해 중요 사안을 수사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 제도입니다. 상설특검 역시 특별검사인만큼 독립성은 가장 우선적인 존립 근거입니다. 대통령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상설특검이 만들어지면 검찰을 견제하고 개혁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저 대통령이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해 휘두를 수 있는 또 하나의 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독립성은 결국 인사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상설특검의 수장을 누가 추천할 것인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임명할 것인가, 여야 합의로 임명? 청문회는 열어야 하나? 상설특검을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국회와 법원에만 보고하는 기구로 규정해야 하나? 수사 인력은 어느 조직에서 충당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특수 수사 전문가인 검찰 수사 인력을 배제하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을 건인가? 인사와 독립성과 관계된 많은 질문에 아직 답안은 나와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상설특검. 도입할만한 이유가 있는 제도입니다. 그동안 검찰이 검찰권을 현명하게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에 대한 견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경제 범죄 수사를 하지 못할 경우 반쪽짜리 사정기구가 된다는 지적, 그리고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검찰이 그 동안 보여줬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앞으로 설득력 있는 대답이 마련돼야 합니다. 제도란 한 번 만드는 것보다 없애는 게 몇 배 더 어려우니까요. 특히 정치인과 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놓고 정치인과 공직자들보고 다시 폐지하라는 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상설특검을 만들겠다면
충분한 검토와 토의를 거쳐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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