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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의문 풀리지 않은 외교부 장관 딸의 가계 곤란 장학금

억대 연봉자 자녀가 어떻게? 대학의 실수?

[취재파일] 의문 풀리지 않은 외교부 장관 딸의 가계 곤란 장학금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논란 끝에 무사히(?)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 외통위는 지난 28일 여야 합의로 채택한 경과보고서에서 "30여년간의 전문 외교관생활 및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직 수행을 통해 얻은 경험·경륜과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원칙과 안목을 확인했다"며 "북한 핵실험 등 산적한 외교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하는 시점에서 외교부를 잘 이끌어갈 적임자로 인정된다."고 윤 내정자를 평가했습니다.  다만 외통위는 윤 내정자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의혹, 딸의 '가계곤란 장학금' 수령 묵인,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범칙금 미납 등은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교수장의 업무수행 능력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 다른 어떤 의혹보다 윤 장관 후보자의 딸이 대학을 다니면서 받은 '가계곤란 장학금(이화복지 장학금)'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습니다. 이유는 상당히 고액인 대학 등록금이 일반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 되는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일 것입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 보태느라 이른바 '스펙'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나중에 취업 때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장학금 한번 받으려면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장관 후보자 딸이 빈곤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건 대다수 대학생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일리가 없습니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질타가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이나 소녀가장,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장애인에게 돌아가야 할 장학금을 윤 후보자가 가로챈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 역시 "지난 2009년에 김앤장에 입사해 소득이 있었던 시점에도 장학금을 신청했다는 자체가 여러 가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여전히 어떻게 억대 연봉을 받은 윤 장관의 딸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윤 장관이 청문회 과정에서 '죄송하다'라고 사과를 했을 뿐 전후 상황에 대한 해명은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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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장관의 딸은 이화여대를 다니면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5차례에 걸쳐 가계곤란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딸이 가계곤란 장학금을 받은 첫해인 2008년의 경우 특별한 직장이 없이 어렵게 살았고, 자격요건도 갖췄다"면서 "다만 2009년과 2010년에도 받은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대형 로펌인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면서 2009년 8760만원, 2010년 1억5600만원을 벌었는데, 그 당시 소득이 제대로 신고됐다면 어떻게 2009년과 2010년에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냐는 의문입니다.

윤 장관의 딸이 받은 가계곤란 장학금에는 소득수준 등 가정형편 중심으로 신청하도록 돼 있고, 지도 교수 평가도 있어야 하는데 여러 차례 받은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심의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이윱니다.

윤 장관도 스스로 소득 자료를 다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습니다. 즉 소득증명 등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는데 이화여대 측에서 평가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입니다. 

대학이 제대로 서류를 평가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윤 장관 후보자가 소득을 줄여 신고했는지, 일부에선 외교가 최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대학 측이 '알아서' 챙겨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외교부 관료는 궁금증을 묻는 기자에게 "우리도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연유는 대학 쪽에 확인해야 하지 않냐"고 답변했습니다.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선 확실하게 챙겨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장관 딸이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기뻐하시라고 기특하게 장학금 신청해서 받은 거 아니겠냐. 그렇게 심각한 문제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대중들의 견해와는 차이가 있는, 다소 안일한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위장전입, 탈세, 병역 면제 등보다는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잃은 '3포세대'라며 힘들어하는 청년층에게 '역시 빽있고, 돈 있는 부모만나야 인생이 좀 더 수월하다'라는 그릇된 인식을 확인시키고, 스스로 작아지고 처량해지는 경험을 안겨줬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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