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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화상소녀'와 美 참전용사의 60년 특별한 인연

"저는 한국전쟁 당시 미 공군에서 복무했습니다. 1953년, 수원 공군기지 K-13 제8통신 중대에 배속된 저는 서해 끝자락에 위치한 소규모의 미 공군 기지에 배치됐습니다. 수원 공군기지에서 1마일 떨어진 화성 매향리라는 한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4명이 함께 근무했던 우리는 해변에 있는 작은 막사에서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

절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 한 통이 태평양을 건너 국가 보훈처에 도착했습니다.
발신장소는 미국 애리조나. 발신인은 리처드 캐드월러더(Richard Cadwallader) 씨였습니다.
올해 82살의 리처드 캐드월러더 씨는 수원 근방 미 공군부대에서 60년 전인 1953년 5월부터 1954년 5월까지 통신병으로 근무했습니다. 22살의 젊은 군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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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때 당시 본인의 도움으로 미군부대에서 화상치료를 받게 된 한국 소녀를 꼭 만나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소녀는 집에서 불을 피우다 휘발유통이 터지면서 심각한 화상을 입었는데 당시 주변에는 병원이 없어서 무작정 도움을 받고자 춥고 바람이 매섭던 어느 겨울 밤 8km 떨어진 마을에서 군 막사까지 어머니와 함께 걸어 왔다고 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캐드월러드씨는 물심양면으로 소녀를 도와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60년이 지난 지금.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추억 속의 '화상소녀'를  반드시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 '화상소녀'가 1953년과 54년에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근처 한 마을에 살았고 당시 10살 정도 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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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월러더 씨의 추억 속에 자리잡은 '화상 소녀'와의 인연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이제는 82살의 할아버지가 된 캐드월러더 씨는 이제 와서 왜 '화상소녀'를 찾고자 하느냐는 질문에, "불평 한 마디 없이 고통을 견뎌내던 어린 한국인 소녀를 절대 잊을 수 없었다"며 "그 소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캐드월러더 씨의 편지를 받고 나서 매향리를 중심으로 지난 달부터 '화상소녀'를 찾아나섰습니다. 화상소녀의 사연을 알 만한 모든 곳을 직접 발로 뛰며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화상소녀'를 찾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화상소녀의 이름은 김연순 씨.
당시 12살의 앳된 소녀였던 '화상소녀'는 세월이 흘러 72살의 고운 할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화상 소녀'의 추억속 멋진 군인 아저씨도 이제는 82살의 할아버지가 돼 있구요.

김연순 할머니는 캐드월러드 씨에 대한 기억을 생생히 하고 있었습니다. 캐드월러드 씨가 병원에 매주 과자를 갖고 찾아 오셨고 당시 캐드월러더 씨를 '미국 아버지'라고 불렀다는 것 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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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월러드 할아버지와 김연순 할머니. 60년을 뛰어 넘는 특별한 인연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보훈처는 다음 달 중순 쯤 리차드 캐드월러드 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화상소녀' 김연순 할머니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습니다.

이 두분이 다시 만나는 순간을 상상해 봅니다. 아니 사실 상상이 잘 되지 않습니다.
두 분은 어떤 말을 먼저 꺼내게 될까요? 또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까요? 상상이 되십니까?
하긴,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서로 바라보고 따뜻하게 포옹하면, 60년이란 세월의 인연은 뜨거운 눈물로 변해 흘러 내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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