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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다시 보는 최태원 회장 판결…징역 4년은 '최저 형량'

초강경 판결을 우려한다는 사람들에게

[취재파일] 다시 보는 최태원 회장 판결…징역 4년은 '최저 형량'
"오늘과 같은 초강경 판결이 계속되지 않을까 다른 대기업들도 좌불안석입니다."

"이들 기업은 재판부의 초강경 분위기가 자신들의 재판에까지 이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에 즈음해 나온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입니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는데, 이게 초강경 판결이라는 겁니다. 과연그럴까요?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 기준을 살펴보죠.
[대법원 양형위원회 횡령 배임 범죄 양형기준:
http://www.scourt.go.kr/sc/krsc/criterion/criterion_05/embezzlement_01.jsp ]

양형위는 횡령 배임 범죄에 대해 명확한 양형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300억원 이상 횡령죄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법관은 기본으로 징역 5년에서 8년까지 선고할 수 있습니다.(물론 권고 사항이긴 합니다.) 감경 사유가 있더라도 징역 4년에서 징역 7년까지 선고해야 합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설령 최 회장이 횡령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피해액을 모두 변제한 이상 실형 선고는 가혹하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피해액 변제는 감경 사유의 하나일 뿐입니다. 감경 사유가 모두 감안되더라도 징역 4년 이상의 실형은 피할 수 없습니다. 바로 최태원 회장이 선고받은 형량입니다.

초강경 판결? 엄밀히 말해 이번 선고는 양형 기준이 권고하고 있는 최저형량입니다. 원칙적으로 말해, 이번 선고는 '초강경 판결'이나 '가혹한 형량'이 아니라 관대한 최저 형량인 것입니다. 재판부로서는 무죄를 쓰거나 4년형 이상을 선고하거나 둘 중의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요.

판결이 나오자 마자 '경제 민주화라는 시류를 의식한 정치적 판결' 아니냐는 반응이 '재계'라는 주어를 달고 나오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을 대표한다는 전경련은 "반기업 정서 확산이 우려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물론 재판의 당사자인 최회장은 결백을 주장하고, 1심 법정에서, 또 항소심에서 유무죄를 다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기업의 거액 횡령 범죄에 대한 법원 판결에 피고인의 동업자들이 집단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다니, 얼마나 오만한 태도입니까. 예컨대, 4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고위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을 법정구속했다고 가정합시다. 그 때 정부의 고위공무원단이 "법원 판결은 반정부 정서를 확산할 우려가 있다."라고 성명을 발표한다면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법 앞의 평등은 재벌 앞에서든 시중의 장삼이사 앞에서든 똑같이 지켜져야 하는 원칙입니다.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를 방패 삼아 집행유예로 인신의 자유를 얻고, 법원의 판단을 오만한 자세로 비판하는 관례를 용인한다면 법 앞의 평등은 교과서 밖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상론에 머물고 말 것입니다. 최저 형량을 선고 받고도 초강경 선고를 받았다며 부르짖는 인사들이나, 경제에 먹구름이 낀다고 노심초사를 멈추지 않는 분들은 요즘 부쩍 인구에 회자되는 '법과 원칙'의 참 뜻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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