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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진짜 다금바리 맛보는 법

유전자로도 확인 가능

[취재파일] 진짜 다금바리 맛보는 법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금바리가 원래 다른 생선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잡히지도 않는 생선이죠. 그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금바리는 무엇이냐. 바로 '자바리' 입니다. 어류도감에 표준명 '자바리'로 등재된 생선의 제주 방언이 다금바리고 그 방언이 널리 쓰여 지금의 다금바리로 통용되고 있는 겁니다. 다금바리라는 생선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다금바리라고 쓰기는 하겠지만 원래는 자바리를 뜻한다는 점 우선 밝혀둡니다. 오해 없으시길...

진짜 다금바리를 찾아 제주도 출장을 떠났습니다. 과연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횟집에서는 진짜를 팔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기 위해 공항 근처의 한 횟집에 들렀습니다. 메뉴판 제일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다금바리를 시켰는데 바로 밑에 구문쟁이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습니다.

"구문쟁이는 뭔가요?" "이게 흔히 도시 사람들이 다금바리로 알고 먹는 능성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아하, 능성어가 바로 짝퉁 다금바리구나. 그런데 놀라운 점은 능성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는 겁니다. 다금바리가 1kg에 22만원, 능성어는 18만원이었습니다. 80%에 육박하는 가격인데 그럼 20% 차액을 노리고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둔갑시키느냐. 대답은 'yes'입니다. 그 차액을 노리는 부분도 있지만 능성어가 다금바리에 비해 많이 잡히고, 일부 양식도 되므로 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입니다.

맛의 차이를 물었습니다. 어지간한 미식가가 아니고선 차이를 느끼기 힘들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다금바리보다 능성어가 더 비싸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다금바리가 더 귀해 능성어가 다금바리로 탈바꿈돼 팔리고 있는 겁니다. 물론 비슷하게 생겼기에 가능한 일 입니다. 능성어와 다금바리는 같은 농어목 바릿과에 속하는 다른 종으로 사람으로 치면 사촌지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어지간히 비슷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 녀석들입니다.

어찌됐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금바리를 먹으려했던 만큼 진짜 다금바리를 먹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능성어와 다금바리를 구별할 수 있는 감별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이틀 내내 두 녀석들을 비교해보니 알 수 있었지만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쉽지 않음을 감안하고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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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물고기가 수조 안에 있는 경우부터 말씀드립니다. 능성어와 다금바리 모두 몸에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라는 것이 물 밖으로 빠져 나오면 없어지기도 하고 그럽니다. 일단 수조 안에 있는 놈을 보실 때는, 세로 줄무늬가 몸통에 뚜렷하게 7개가 있으면 그건 능성업니다. 제주도의 자연산 다금바리는 세로 줄무늬가 끝까지 나 있는 경우는 드물고 중간에 끊기는 등 파형적인 모습입니다. 또, 다금바리에는 중간중간 점이 박혀 있어서 호랑이 + 표범의 무늬를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다금바리의 경우에는 줄무늬가 몸통에만 있지 않고, 머리 쪽을 향한 2개의 줄무늬가 더 있습니다. 이 정도가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상황에서 두 녀석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음으로는 회를 뜬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사실 더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능성어는 다 크기 전에는 붉은 빛을 띤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를 떠도 살 윗부분이 약간 불그스름한데 그 약간의 차이로 횟집에서는 구분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금바리도 완전히 하얗지는 않기 때문에 약간 붉은 빛이 돈다고 해서 이거 능성어 아니냐며 따져 묻기가 곤란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능성어를 다금바리로 속여 파는 횟집들은 이런 차이점 때문에 살점 윗부분의 붉은 부위를 떼어내기도 한다니 회를 뜬 후에는 그냥 믿고 드시는 게 정신건강상 이로울 듯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감식을 통해 감별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서너시간이 걸리는 통에 그 시간만큼 회를 숙성시키거나 아니면 이미 다 먹고 나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그나마도 워낙 가짜 다금바리가 많아 제주도생물종다양성연구소와 국립수산과학원, 제주도해양연구원 등이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했고, 특허까지 출원했습니다. 다금바리의 특정 부위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능성어 및 수입산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발견했고 검사도 이 차이점이 나타나는지를 보는 겁니다.

저희가 이번에 떠 간 횟감은 진짜 다금바리가 맞았습니다. 이미 먹은 뒤였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호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양심적인 가게에 감사드리고, 취재를 도와주신 연구소 박사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취재 파일을 마칠까 합니다. 유전자 감별법은 기술 개발을 통해 휴대용 기기로 발전시킬거랍니다. 언젠가는 횟집마다 그런 기기를 비치하고 믿고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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