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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실하지만 심각한 부실은 아니다?

'이 눈치 저 눈치'…스스로 위신 떨어뜨리는 감사원

[취재파일] 부실하지만 심각한 부실은 아니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실시한 4대강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부적절한 보 설계, 수질악화 우려,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준설계획 등 설계부터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부실이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공식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22조원이 넘게 투입된 현 정부 최대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감사 결과를 놓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관계자들의 말들이 이어졌고,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해당부처는 감사 결과가 잘못됐다며 공식적으로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전문가 자문을 받아 오랜 기간 신중하게 감사를 벌였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감사원이 해당부처의 반박에 대해 입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감사원은 논란의 핵심인 보의 안전성이나 수질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감사원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총체적 부실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언론의 보도가 문제라고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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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가 과장된걸까? 당일 감사원에서 내놓은 보도 자료를 옮겨보자.
보도자료 제목이다. "설계 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관리로 수질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 소요 예상" 이렇게 돼있다. 이하 각종근거를 제시하며 16개 보 가운데 15개보의 시설이 일부 유실되거나 침하됐고, 수질이 악화된 지표가 제시됐다. 이 자료를 보고 언론들이 '4대강 사업 안전성 우려, 수질 관리 부실'이라고 쓴 것이 과연 과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감사결과에 대해 왜 감사원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걸까.
애초에 감사원이 2차 감사결과를 내놓을 때부터 '정치 감사'에 대한 비판은 제기됐다. 1차 감사에서는 사업 타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정권이 끝날 무렵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은 정치적 이유로 감사를 늦춘 '늑장감사'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 발표 후 청와대를 비롯한 각 해당 부처에서 감사결과에 발끈하자 감사원은 언론 보도가 과장돼 오해를 낳게 됐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반응하는 감사원 행동과 일맥상통하는 설명이다.

이런 혼선이 계속되자 총리실은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총리실 주도로 다시 철저히 검증하되 민간 전문가 모임인 관련 학회가 중심이 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을 주도한 현 정부는 4대강을 감사할 자격이 없다고 발끈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의원들은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정부가 검증하려는 것이 옳은 것이냐 양건 감사원장에게 물었다. 양건 감사원장은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이란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양건 원장은 이어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 "총체적 부실은 아니었다."며 "그렇다고 별 문제가 아닌 것도 아니다"는 모호한 태도로 '눈치 보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의 안전성이 심각하다거나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며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감사결과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며 "국민 우려가 실제 이상으로 과잉될 수 있다"며 갑자기 정부 발표와 유사한 톤의 발언을 이어갔다.

즉 앞서서는 정부가 감사원 감사결과를 사후에 건드리는 게 독립성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하다가, 사실은 감사결과에 그렇게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한 적은 없다고 스스로 기존 감사내용을 부정하는 듯하는 말을 하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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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양 원장의 태도에 여야 의원들은
                                                                                                                                                                     
"이런 것이 총체적 부실이 아니면 어느 정도를 총체적 부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냐"
"총체적 부실 여부는 국민적 판단에 맡길 일이지 굳이 이를 부정해 감사원의 기능을 스스로 훼손할 일이 아니다. " "감사원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으로 감사를 해놓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를 끼칠까봐 염려하는 인상을 받는다." "‘총체적 부실은 아니지만 잘못된 것이다'라는게 무슨 말장난이냐" "박근혜 당선인에게 잘 보여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중의 의견이 있다" "괴물을 그려놓고 괴물이란 명칭을 안 쓴다고 괴물이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 눈치 보기 아니냐" 등 다양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문가 집단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 감사 결과라면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위상에 걸맞게 자신의 감사결과를 초지일관 유지하고, 감사원 결과를 다시 감사하려는 시도가 부당함을 명확히 드러내면 된다. 만일 감사원 감사에서 적용한 기준이 국토해양부에서 반박하듯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약간이라도 있다면,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면 된다. 잘못된 건 있지만 총체적 잘못은 아니라면서 이쪽 눈치도 보고 또 저쪽 눈치 보면서 감사원은 오히려 혼선을 더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감사라는 업무 자체가 고독하다. 잘한걸 칭찬해주는게 아니라 감추고 싶은 부당한 사실을 들춰내는 것이다. 자연히 반발이 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더 치밀하게 결과를 도출해내야 반박 논리를 최소화수 있을텐데, 4대강 감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그런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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