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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체감과 지표간 괴리'…올해 경제 관통한 화두

[취재파일] '체감과 지표간 괴리'…올해 경제 관통한 화두
대선이 있었던 올해는 역시 정치 사회적인 이슈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지만, 경제 측면에서도 못지 않게 여러 부정적 현상들이 고착화되는 모습이 감지됐다. 불황에 오랜 저성장 국면으로 서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여러 보도를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본인의 삶의 질이 예전만 못해졌다는 사람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한단계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만날수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상황이 괜찮다는데 왜 그럴까. 그런 측면에서 올 한해의 경제현상을 관통하는 이슈는 바로 '체감과 지표상의 괴리'다.

대표적인게 물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 오르는데 그쳤다. 전국단위로 물가 통계를 낸 1965년 이래 두번째로 낮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어떤 누구가 올해 물가가 이렇게 안정됐다고 느낄까? 저소득층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즉 기록상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체감 물가와는 괴리가 벌어졌다. 이유는 여러가지 꼽을 수 있다. 우선 작년에 물가가 워낙 큰 폭으로 올라서 그 때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다. 

무엇보다 매일 접하는 식탁물가가 급등한 것이 큰 이유가 되겠다. 농산물은 두차례 태풍, 폭염, 폭설 등 기상이변이 계속되면서 올해 8.7% 올랐다. 축산물과 석유류 등 지난해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품목들의 올해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부담은 여전히 크다. 심리적인 물가 불안을 키운 것이다.

또 정부의 무상보육 무상 급식에 등 보육정책에 따라 지표 물가가 내리는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는 학부모들은 각종 사교육비 등 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느낀다. 결국 지표 물가가 안정됐다는데, 일반 사람들은 그렇다고 수긍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물론 실질소득이 늘지 못한 것도 한 배경이다. 벌이가 늘어난다면 물가가 약간 불안해도 크게 위축되지 않겠지만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올해 내내 일반 가구들은 씀씀이를 줄이는 데 주력해왔다.

또 한 가지 기업 실적이 그렇다. 올해 11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10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흑자폭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수출 덕분이다. 주로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수출 증가세가 확대됐는데, 그렇다면 대부분의 기업체, 특히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좀 나아졌을까? 중소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전망하는 경기체감지수는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고 있고, 일부 자동차나 전자 등 흥행 업종 연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힘든 한해를 보냈다. 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라는 지표 뉴스가 와닿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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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올 한해 유럽 재정위기다 뭐다 해서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기억이 큰 만큼 주가 지수 등 지표상 실적이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코스피는 연초보다 10% 가까이 올랐다. 올해 코스피는 2천선에 바짝 다가서며 마감했는데, 개미투자자들의 체감 지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올 한해 잘나간 주가 종목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관련 업종이다. 이런 대형주 비중이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82%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기에 전체 지표 상승은 가능했지만, 개별 종목별로 보면 부진한 종목이 훨씬 더 많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 큰 시장에서 좋은 성적표 받긴 쉽지 않았다.

이렇게 경제 곳곳에서 체감과 지표상 괴리가 벌어지는 현상은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심각해지는 양극화와 맥락이 닿아있다. 경제 전체가 획득한 과실이 곳곳에 퍼지지 못하는, 낙수효과가 부족하게 되면 상대적인 심리적 박탈감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불황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세계 경제에 떠오르는 화두가 '포용적인 성장 패러다임'인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해부터 이미 세계화와 개방으로 소득격차가 확대된 것, 불균형 성장에 대한 반성이 전세계 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대선공약을 달궜던 경제민주화도 같은 배경에서 등장했다. 때문에 각국의 경제정책은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 감세를 통한 해외자본 유치보다는 복지와 적자재정 축소를 위한 유효세율 인상, 무역장벽 강화를 통한 자국내 산업보호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LG경제연구원)  특히 직접적인 소득 보전보다는 교육이나 의료 등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공정거래 강조, 자본유치를 통한 감세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등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기조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측면에서 다가올 '박근혜호'가 맞닥뜨릴 경제 과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러 상반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복잡성 때문이다.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가 3%에 머물 정도로 저성장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성장엔진이 식어갈 경우 나눔과 상생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성장이 멈추면 나눠줄 과실도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성장 드라이브에 과도하게 치우칠 경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경제적 약자를 배려할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어디에 무게중심이 실려야 하는가?

그만큼 경제민주화라는 과제는 말로 하는 것보다 실천하기가 훨씬 더 힘든 주제다. 말로야 약자 배려하고 상생하고 윤리 교과서 같은 좋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실제 정책 수립과정에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돌돼 갈등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차기 정부가 주요 과제로 내세운 '사회 대통합'에는 승승장구하는 경제지표를 맘껏 체감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살림살이 사정도 반영돼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경제 주체 일원인 개개인들이 경제 지표를 전하는 뉴스를 고개를 끄덕이진 못하더라도 '저건 아닌데..?' 강하게 가로저으며 보지는 않는 상황이 내년에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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