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꽃미남 검사와 민속낭자, 사고 제대로 쳤다!

-관제(管制) SNS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취재파일] 꽃미남 검사와 민속낭자, 사고 제대로 쳤다!
31세 꽃미남 검사와 18세 민속낭자의 핑크빛 첫 만남! 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대검 트위터(@spo_kr)와 한국민속촌 트위터(@koreanfolk)가 심상찮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트위터리안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탄생한 최초의 소셜 드라마 '한복이 너무해(@Hanbok2012_kr)'가 트위터 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벌써 3회까지 나왔군요.  ( http://hanbokmc.tistory.com/)
 
오늘은 샤방샤방한 법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눈에 봐도 12등신은 될 것 같은 조막만한 얼굴의 조각미남 롱다리 검사님은 전국 천8백여 검사들 중에 일찍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꽃다운 민속낭자의 왕방울만한 눈을 보고 있노라면, 국정감사 실시간 방송 소리로 심각한 검찰청 기자실에서도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 아하하.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세상의 움직임에 가장 민첩해야할 기자이면서도 저는 SNS 세상에선 늦깍이 지진아입니다. 특히 트위터엔 살짝 발을 들였다가, 도저히 그 발랄함과 신속함에 발맞추지 못해 결국 물러서 버렸습니다.

트위터를 시작했던 목적도 '불순' 했습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 법조기자로 출입하기 시작했던 2010년 언젠가, 당시 모 법조인(실명을 특정하지 않겠습니다만, 한 기관의 장(長)이셨죠)이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트위터를 모르던 저는 늘 그 분이 공지하던 일정을 놓쳤던 겁니다. 그래서 트위터란걸 해 봤는데, 관제(管制) 홍보가 대체로 그렇듯 그 분의 트위터는, ... , (제가 좋아하는 '정여사' 버전으로)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어!"

요즘 서초동 법조타운을 중심으로 대법원이나 법무부 등 사법기관들이 SNS를 활용한 홍보 전선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둥~, 검찰 관련 트위터가 일을 냈습니다. (역시 SNS 지진아인 저는 또 늦게 알았습니다.) SNS 세상에서 욕 먹기로는 상위권에 속할 것 같은 검찰이, 샤방샤방 트위터리안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겁니다.

어느날 한 트윗 멘션을 보고 빵~ 터졌습니다. 트위터 세상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한국민속촌 트위터에 대검찰청 대변인 트위터가 멘션을 날렸습니다. "한국민속촌에 '수청들라'고 하지 마세요. 이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인 범죄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위키트리 http://i.wik.im/main/news_view.php?id=74732)
이미지

이 글이 엄청나게 리트윗 된 이후 민속촌 트위터의 발랄한 멘션들이 이어졌습니다.
이미지
(원래 발랄함과 거리가 먼 법조기자라 두 트위터의 센스만점 대화들을 재밌게 옮겨드리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시대정신이 '소통'이다보니, 대한민국 관청이라고 볼만한 곳은 너나없이 공식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데 솔직히, 너무 재미없지 않으신가요? 가끔은 차라리 하지 말라고 건의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담당하고 있는 검찰 취재도 그렇고, 가장 강력한 사정기관인 검찰의 속성도 그렇고 트위터와는 얼핏 교집합이 없어 보입니다. 수사의 밀행성과 법적용의 엄정함 vs. 트위터의 불특정 다수 전파성과 재치 발랄 공개성, 참 안맞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검찰청 트위터는 관제 홍보의 귀감 사례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핵심은 위에서 아래로 쏟아붓는 일방적 홍보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로 내려온 맞춤형 소통' 아닐까 합니다. 관제 SNS를 통해 공공기관의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는 경우는 대검찰청 트위터 정도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검찰이라고 하면 일단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 말이라도 한번 걸었다간 당장 잡혀갈 것 같은 근엄한 이미지이죠. 그러나 전략적으로 SNS를 선택했다면, 스스로 변신을 꾀해야지요. 어느 트위터리안이 검찰 트위터가 너무 재미만 추구해서 되겠냐고 지적하자, 대검 트위터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합니다. 김밥천국에 가서 설렁탕을 주문하고는 국물의 바디감을 요구하면 안됩니다. 트위터에서는 위엄보다 친근함을 우선으로!"

이미지

대검 트위터는 트위터리안들에게 일방적 전달이 아닌, 맞춤형 대화를 합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개봉을 앞두가 한 트위터 유저가 "배트맨은 공공력과 대립하니 구속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멘션을 날리니,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감상하기 전이라 혐의를 특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매우 크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이 올라왔습니다. 센스있는 검사라는 리플이 쭉 달렸지요.

"손오공이 죽었다가 드래곤볼로 부활하면... 사망 보험금은 어떻게 하나, 보험사기인가?"라는 트위터리안의 질문에는, "사망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하여는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필요합니다. 드래곤볼의 존재를 아는 의사라면 그가 곧 부활할 것임을 알고, 사망진단서에 섣불리 서명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친절히 답해주기도 하지요.

기본적으로 홍보 기능을 하기 때문에 검찰 홍보는 빠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입니다. "알아요, 누구는 야구장 밖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벤치에서 태어나고 누군가는 2루에서 태어난다는 거, 지금도 충분히 슬프니까, 대놓고 돈으로 학벌 사고 그러지 말아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입시비리 수사 소식입니다."

깨알같은 재미가 쏠쏠하다 보니, 트위터리안들의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제가 일일이 캡쳐하지 못하여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자면) "진짜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트위터 운영할려면 대검찰청 트위터 벤치마킹해서 하는게 좋을 듯"(@s_loin, 7/12), "대검은 이미지가 꼰대에서 왠지 그냥 보면 친근함으로 급격히 바뀌어서 SNS를 이래서 기업들이 하는거구나 싶을 정도"(@ithilien, 7/13), "한국민속촌과 대검찰청 트위터를 팔로우하세요, 여러분, 정말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트위터리안이십니다"(@Vanilla_Latteru, 7/12)....

이런 대검 트위터와 한국민속촌  트위터에 반한 트위터리안들은 '대검나리', '민속낭자'라는 별명을 지어주고는, 둘을 맺어줄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대검찰청과 한국민속촌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복이 너무해>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소셜 드라마'가 탄생한 겁니다. 검찰을 향해,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팬덤' 현상이라, 법조기자 눈에는 참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기자는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칭찬하기보다는 비판하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법조기자다 보니, 출입처인 검찰에 대해 항상 날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기자들은 자기들이 오래 출입한 출입처에 대해 미운정 고운정이 쌓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검찰에 출입한지 어언 3년이 다 되어가는 법조기자로서, 칭찬에는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내 출입처에 대해 왠지 '잘했어' 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밤입니다. #재미없는 관제 트위터는 가라!

이미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