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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FTA 쓸 데 없었다" vs. "FTA 해서 이 정도로 선방"

FTA 활용도 높이는 일 관건…협상조건 밀고당기기보다 더 중요

[취재파일] "FTA 쓸 데 없었다"  vs. "FTA 해서 이 정도로 선방"
한미 FTA 발효 후 100일, 한-EU FTA로 유럽연합의 무역 빗장이 열린 지 1년이 지났다. FTA는 과연 우리 경제에 어떤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나 정부와 민간 모두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밋빛'은 아니었다.

FTA 체결 전에 항상 국책연구기관 등에서 나오는 수출이 얼마 늘 거고, 일자리는 몇 개 창출될 거고, 국민소득 증대효과는 얼마나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고 오히려 FTA 효과를 강조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반감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지적이 현실이 된 것은 세계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시시각각 변했고, 그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진동폭도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한-EU FTA로 세계 최대 경제권과의 본격적인 교류에 시동을 걸려고 했지만 유럽위기가 '떡 하니' 그림자를 드리웠다. FTA의 잘못이 아니라 공략하려는 시장 자체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보니 우리 수출이 예상만큼 늘어주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대 EU 수출은 12% 줄어들었다. 무역 흑자폭도 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140억 달러의 13% 수준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반면 EU에서의 수입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EU 제품 수입은 13.5% 늘었는데, 가방, 신발, 시계 등 소위 '명품'이라고 부르는 유럽 소비재 수입량이 증가했다. 유럽 제품에 대해 평소 존재하던 소비자들의 이른바 '선망' 수요가 FTA를 계기로 단기적으로 크게 분출된 탓이다.

자연히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아무리 유로존 위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실적이 나와 버리니 FTA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사람들은 "FTA로 외려 EU만 좋은 일 시킨 것 아니냐"는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 정부가 내놓았던 온갖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비교해 너무 초라한 실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FTA는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국내 시장만 외부에 열어줘 대외의존도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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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와 FTA 효과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사람들은 "그나마 FTA를 맺어놨기에 이런 어려운 국면에서 이 정도로 선방했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같은 현상을 두고 완전히 다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로 미국,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의 경기가 모두 둔화되는 마당에 우리가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건 FTA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FTA 수혜업종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다른 품목들의 부진과 완전히 대조되게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 한미 FTA는 발효 10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출이 늘고 대미 무역 흑자규모도 늘어 FTA 효과를 일부 입증하고 있다는 견해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고무적이다. 한-EU FTA 발효 후 11개월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37억 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나 늘었다. 인수합병형 투자가 8% 늘어난 데 비해 신규 공장 설립 등 국내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가 42%나 늘었다. FTA 이후 투자여건이 개선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어느 쪽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일단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수출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명제에 동의한다고 가정할 때 FTA는 향후 비용도 치르겠지만 수출시장 확대라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어떻게 FTA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통상 당국이 자원부국인 콜롬비아와의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고, 또 베트남과 조만간 FTA 협상 개시선언을 하는 등 ‘FTA를 통한 무역영토 확대’라는 정책적 방향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번 주엔 한중 FTA 2차 협상이 제주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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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데 중국의 고도 성장세, 과열 경기가 꺾이면서 올 상반기 대중국 수출이 1.2% 감소한 상황에서 FTA 같은 돌파구로 중국이란 시장과의 교류를 늘리지 않으면 수출업계 고민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과 중국 시장이 둔화되는 마당에 FTA로 오히려 우리 쪽 수입만 늘어서 취약산업이 망가지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농업 쪽 단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걱정스런 부분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 이후 다른 어떤 분야보다 농산물 수입이 급증했다. 예상은 했지만 EU 쪽 돼지고기 수입액은 무려 49.7%나 늘어나는 등 걱정했던 대로 축산, 낙농 쪽 물량이 봇물 터지듯 들어오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개방의 수위가 높아지는 FTA 특성상 EU 쪽 농축수산물 수출 공세는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놨지만 농축수산업계는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FTA 활용도를 높이는 일, 그래서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걸 뽑아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중소기업이 더 많이 체감할 수 있는 FTA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현재 처한 국면이 전 세계 경기둔화, 저성장 국면이 오래 갈 것이란 취약성, 한계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그런 한계점을 극복하는데 FTA가 도움이 된다면 백만번 FTA 효과를 강조하는 말이나 문서보다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FTA로 이득을 봤다는 경제주체가 늘어나지 않고서야 '온갖 사회적 갈등만 야기했지 FTA는 별거 아니었고 쓸데 없었다'는 회의론이 점증될 수밖에 없다. FTA 협상 당시 하나라도 더 가져오려고 협상 조건 놓고 팽팽히 맞서는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FTA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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