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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름 휴가는 국내로!!

특단의 내수대책 없다면 '휴가 마케팅'으로 소비 촉진

[취재파일] 여름 휴가는 국내로!!
악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또 간신히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그리스가 2차 총선에서 가까스로 연정구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면서 무정부 사태에선 벗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건 최악의 상황을 면했을 뿐이지 갑자기 밝은 미래가 도래한 것은 아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그리스 총선 이후 유로존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자욱한 안개 속에 서 있는 기분이고 어디에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하는지 불확실하다"고 토로했다는데, 와닿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위기가 상시화된 국면 속에서는 무리하게 억지로 성장률을 높이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가계부채 등 경제체질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부쩍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기관장들이 모여서 정부 당국자와 의견을 교환했을 때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들은 하반기엔 수출 증가율이 당초보다 둔화될 것이란 데 대다수가 공감했지만 내수시장에 대해선 국책과 민간연구기관별로 의견이 달랐다고 한다.

KDI 등 국책연구기관은 고용시장 개선과 유가 안정 등 교역조건이 좋아져 내수가 수출에 비해 선방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민간연구기관은 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내수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성장률도 차이를 보였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6%로 전망하고 있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3%대 초반으로 전망하는 것이 그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 내수에 대해서는 민간연구소 시각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계 부채 부담 때문에 이자에 원금 상환기간까지 도래한 대다수 가구는 실질소득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대형마트 매출증가율이 줄어들었다는 건 단순히 한 달에 두 번 쉬어서가 아니라 일반 서민들이 카트에 담는 물건 양을 줄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불황에도 개의치 않는다던 백화점, 명품 등도 줄줄이 매출액이 줄어들어 세일이 한창이다. 높은 교육열 때문에 다른 건 다 줄여도 안 줄인다는 학원비 지출도 줄었다. 이런 지표를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직장인들이나 친구, 여러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돈을 쓰는데 있어 위축된 심리를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여러 가지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마치 부동산 활성화 대책처럼 기본적인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큰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근본적으로 소득이 늘어야, 그리고 미래 경기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야 소비심리는 되살아날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선 두 가지 모두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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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는 소비와 투자인데, 투자는 여러 정책적인 영향이 큰 데 비해서 소비는 경제 여건을 변화시켜서 심리적인 불확실성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옳다고 본다.

일부 연구기관장들은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해에도 경기가 부진했을 때 대통령이 앞장서서 지역경제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여름휴가는 국내에서 보내자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생태관광, 농촌체험, 가족과 함께 걷기와 같은 관광자원들이 많이 있다며 제주 올레길과 경남 남해의 해바리 마을, 전북 임실의 치즈마을 등 여행하기 좋은 곳도 직접 추천했었다.

삼성이 전국 호텔 콘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관광상품권을 전 직원에게 나눠줬고, 현대차도 임직원들에게 2박 3일짜리 무료 리조트 이용권을 배포하는가 하면, CJ 그룹도 제주도 렌터카를 하루 만원에 빌려주는 등 기업들도 그런 분위기에 동참했었다. 실제로 지난해 이런 운동 등의 영향으로 7월 내국인 출국 여행자 숫자가 한 자릿수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국내 휴가로 유턴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올해는 영 딴판이다. 경기는 어렵다는데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저가항공사가 늘어나고 주5일제 전면 시행 등으로 여가를 해외에서 즐기려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오지도 않았음에도 인천공항은 연일 이용객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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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계획하는 국민 80% 정도가 여름 휴가를 국내에서 보낼 경우 3조 6천억 원의 관광비용이 지출돼 이로 인한 생산유발효과는 6조 원이 넘고, 고용이 4만3천여 명이 창출된다는 통계가 있다. 수치 산정의 맞고 그름을 떠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휴양객들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쓴 돈이 외국으로 나가버리는 것보다 내수 진작에 기여를 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 휴가 한 번 가는데 이런 중차대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부담스럽다면, 요새 국내 여행지가 얼마나 볼만한 곳이 많은지 살펴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 글을 쓰는 기자 본인도 부끄러울 정도로 국내여행을 드물게 해봤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훌쩍 국내 여행을 떠난다는 한 지인은 정말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많고, 각 지역이 담고 있는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 감상하고 생각에 잠긴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에 대해 얘기해주곤 한다. 외국 단체여행으로 여행사 깃발 따라다니는 여행에서도 분명 얻는 재미가 있겠지만, 국내 여행지는 한층 더 소소한 재미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국내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애국심에만 호소할 순 없을 것이고, 고질적인 휴가철 여행객 불편사항, 바가지요금, 교통문제 등 개선해야 할 점은 꾸준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단의 내수 진작 대책이 마땅치 않는 지금. 경제에 돈이 돌아야 경제 주체들의 숨통이 트인다. 전체 수치만 나아져서도 안 되고 수도권과 지역 경제 불균형도 최소화될 수 있는 양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비록 여름 한철일 수 있지만 '휴가 마케팅'을 수단으로 써봄직하다.

참고로 지난해 각 부처 장차관과 공공 기관장 등이 솔선해서 지역에서 휴가 즐기기에 동참한다면서 밝힌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문화부장관은 강원도 알펜시아, 지경부 장관은 남해안 통영과 거제. 외도, 노동부장관은 설악산이 있는 강원도 속초, 공정거래위원장은 경기도 가평, 문화재청장은 대구와 경주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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