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벼랑끝 '절벽'이 경제를 뒤흔든다

'절벽효과'로 불안 심리 팽배…미국의 '재정절벽'은 또다른 대형 악재

[취재파일] 벼랑끝 '절벽'이 경제를 뒤흔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심리'다.

물론 원래 '경제는 심리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 이라는 명제가 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은 경제 주체들이 각자 얼마나 향후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파생 상품이 어디서 얼마나 얽혀있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구마 뿌리캐듯 자고나면 또 줄줄이 악재가 등장하자 '공포심리'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유럽 재정위기도 마찬가지다. 순리대로 재정 적자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고 줄여 쓰고 다시 성장을 도모하고 그런 식이 된다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줄였겠지만,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도대체 어디로까지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불안감을 키웠고 심리가 미치는 영향은 더 확대됐다.

'심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제학에서도 인간의 심리 연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행동경제학, 행태 경제학 등 인간의 경제행위 뒤에 숨겨진 심리를 통해서 기존 경제학에서 설명하지 못했던 현상을 밝혀보겠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절벽 효과(cliff effect)'라는 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외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절벽 효과'라는 용어를 사용한 게 계기가 됐다. 김 총재는 "경제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면서 개별 악재에 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절벽 효과(cliff effect)를 만들었고, 국가 리스크의 실질적 변화에 대한 평가와 시장 방향 예측을 어렵게 했다"면서 "경제를 볼 때 예전엔 실물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expectation)’이나 ‘신용등급(rating)’이 압도를 한다"고 지적했다.

절벽효과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말로, 금융시장에서 발생하는 한 가지 작은 사건이 실물경제에 폭포수같이 연속적인 충격을 준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 시장 참여자들이 실물 경제보다 심리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아 급격히 반응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전문가들은 ‘절벽 효과’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다 더 일반화됐다고 평가한다. 과거 실물경제지표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을 했다면, 이후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고 세계경제는 더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으면서 개별적인 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수출 의존도가 커서 세계 경제상황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민감한 우리나라는 이 '절벽효과'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때문에 굵직한 악재가 등장해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과잉 불안 심리를 경계하고 잠재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는 더욱 '실물'을 옥죄는 모양새다.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유럽계 자금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에서 5월에 4조원 넘는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환율은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채산성이 악화됐고, 가계는 실질소득은 감소하는 가운데 가계빚 부담 때문에 내수 위축이라는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한 가지 경제에 위협이 되는 '절벽'이 있다. 바로 미국의 ' 재정 절벽(Fiscal cliff)' 문제가 심각한 악재로 떠오른 것이다. '재정 절벽(Fiscal cliff)'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미국 경제가 올해 말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서 내년에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조2천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를 해결하는 방안을 놓고 백악관과 의회가 합의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내년부터 재정 적자 감축 방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급격한 정부지출 축소, 각종 세제감면 혜택 종료는 재정 건전성 회복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미국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학자들마다 전망의 정도 차는 있겠지만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시중에서 사라져 미국 경제를 불황에 빠뜨리게 되고, 세계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경고를 미리부터 내놓고 있다.

'절벽효과'와 '재정절벽'.

세계경제가 얼마나 불안한 기로에 놓여있는지, 심리적으로 위축이 돼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라는 평가도 있다. 막다른 골목, 더 갈 곳이 없는 낭떠러지 '절벽(cliff)'은 작은 악재에도 급격한 추락과 부정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절벽'에서 '평지'로 가기까지, 경제주체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부실의 규모가 크고 해법은 요원하며, 세계경제는 더 밀접하게 연관돼 '위기가 상시화'되는 모양새까지 띠고 있기 때문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