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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희대의 사기꾼의 마지막 사기?

경찰 "조희팔 中서 사망"

[취재파일] 희대의 사기꾼의 마지막 사기?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 사기 사건 주범의 어이없는 죽음일까요? 희대의 사기꾼의 마지막 사기일까요?

2006년에서 2008년까지 대구와 부산, 인천 등 전국을 떠들석 하게 했던 일명 '조희팔 사기사건'의 주범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경찰청이 발표했습니다.

피해자 3만여명에 피해금액이 3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대형 피라미드 사기 사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조 씨는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했습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뒤 어선을 타고 서해 공해상으로 나갔습니다. 바다에는 자신의 자금관리를 맡은 측근 Y씨가 미리 중국측 배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씨는 측근과 함께 중국으로 밀입국했고 조선족 조00으로 위조한 신분증으로 살아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중국 옌타이의 한 고급 빌라촌에 거주하면서 골프도 치러다녔고 수시로 고급 외제차도 갈아탔습니다. 수사기관은 그가 은닉한 재산을 찾기 위해 그의 소재 추적을 계속했지만 3년동안 잡히지 않았습니다.

밀항 3년만인 2011년 12월 18일. 조희팔은 중국의 한 고급호텔 근처의 샤브샤브 식당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합니다. 내연녀로 알려진 여성 K도 동석했습니다.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그는 노래를 즐겼습니다. 호텔 1층 가라오케로 자리를 옮겨 양주를 마셨습니다. 조희팔은 가수 나훈하의 '홍시'를 불렀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향수에 취했다고 합니다. 울컥하는 마음에 분위기가 깨졌고 그는 호텔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소에도 급체를 자주 했다는 그날밤 그는 갑자기 복통을 일으켰습니다. K가 한국식으로 손을 따줬지만 소용이 없었고 중국 구급전화인 120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국 404 병원의 의사가 동승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밤 11시 15분쯤 이미 구급차 안에서 동공이 풀리고 맥박이 정지됐습니다. 약 한시간 뒤 중국 의료진에 의해 사망진단서가 발부됐습니다. 사인은 심장 마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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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의 유족들은 중국에서 장례식을 치뤘고 옌타이의 한 장의장에서 화장을 한 뒤 사망 5일 뒤인 12월 23일 유골을 국내로 들여와 한 공원묘지에 안치했습니다. 여기까지가 경찰이 파악한 조희팔의 사망경위입니다.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진료 기록과 사망진단서를 확인했습니다. 인터폴을 통해 중국 공안으로부터 조 씨가 사망한게 맞다는 의료진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또 유가족과 측근들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장례식때 찍은 동영상과 조 씨의 위조여권 등 증거도 찾았습니다. 조 씨 자녀들의 일기장에서 아버지 사망에 관한 기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장례식 동영상에는 관에 누운 조 씨의 얼굴이 보이는데 생전 사진과 대조해볼때 동일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여기까지가 경찰이 파악한 조희팔 사망 경위입니다.

사망 후 다섯달이 넘는 동안 유족들이 사망 사실을 숨긴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경찰에 따르면 사망이 알려질 경우 묘지에 대한 훼손 시도나 가족들에 대한 테러 행위가 있을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문제는 조 씨의 유골에 대한 DNA 대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공원묘지에 안치된 유골의 DNA와 조씨 자녀들의 DNA를 대조해 가족관계가 인정된다면 조희팔의 사망은 확언할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수천도의 고온에서 화장된 유골은 DNA 정보가 파괴돼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경찰도 사망이 100% 확실하다고는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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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진들을 매수하고 지인들과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한국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마지막 사기를 벌였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는 겁니다. 물론 경찰은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구제를 받지 못한 다단계 사건 피해자들은 조씨의 죽음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씨의 사망이 맞다면 그동안 제기돼 왔던 공무원 연루설과 거액의 은닉재산 소재가 결국 밝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특히 그동안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가 조씨의 측근 2명이 최근 체포된 시점에서 조씨가 숨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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