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안전자산'은 옛말?…금값 올해 최저

2000달러 간다던 금값 왜 이렇게 빠지나

[취재파일]'안전자산'은 옛말?…금값 올해 최저
지난해 재테크에서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금'이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각광받으면서 국제금값은 지난해 9월 온스당 19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돈은 금으로 몰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험을 헤지해주는 수단으로 금 관련 투자 상품도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금값이 올해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온스당 1550달러 선까지 빠져 올 들어 석 달도 채 안 되는 사이에 15%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시금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 '안전자산'이라던 금값은 왜 속절없이 약세를 나타내는 것일까?

우선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별로 시장에 존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었지만 이 통화량 증가가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고, 실업률이 높아서 임금은 오르지 않고 실질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돈이 풀렸다고 인플레이션이 바로 현실화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는 유동성이 많이 풀려 인플레가 심해질수록 금은 강세를 보이지만 이런 연유로 인해 금값은 당초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달러화 강세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와 금은 모두 안전자산이라는 측면에서는 한데 묶일 수 있겠지만, 화폐와 현물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반되기 때문에 보통 금과 달러는 값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로권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존에는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미국 채권, 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달러, 엔화, 미국 채권, 독일 채권'으로 그 구성에 변화가 생기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금이 가지는 위험 회피(헤지)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금보다는 달러 쪽으로 헤지 수단을 선택하는 거래성향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다.

다른 이유는 상품가격의 하락이다. 통상 경기가 둔화되면 원유나 각종 광물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예상 때문이다. 그런데 금은 상품에 묶여있으면서도 안전자산의 성격상 예외적으로 다르게 움직여왔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펀드들이 금을 따로 매매하기 보다 원자재, 상품 펀드로 묶어 거래하다보니 다른 상품 시세와 같이 움직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지


금값이 떨어지다 보니 금 관련 투자 상품 수익률도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금뱅킹, 금펀드, 금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뱅킹도 부진하다.

한때 금이 최고의 대체 투자수단인 것처럼 분석을 쏟아내던 금융 전문가들은 급속히 신중 모드로 바뀌는 모습이다. 원래 금 자체가 이자나 배당소득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한 자산이었다는, 과도한 수익률에 대한 환상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금은 이제 투자가치가 없어진 걸까?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해에 금값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던 측면 때문에 하락폭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지 금값이 장기적으로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그래서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도 있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한층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전세계 경기둔화, 이로 인한 디플레 기조가 우려되기 때문에 금 보유로 인한 기회비용을 상쇄할만한 수익률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단기 전망에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중장기로 가면 귀금속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여전한 편이다.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 19개국투자자 2만여명 대상)에서 10년 장기간을 내다봤을 때 가장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자산에 금이 꼽혔다고 한다.

다만 실물 경기 부진이 장기화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금값 상승에는 우호적인 환경은 아닌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